행성 1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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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펴냄)

어릴적엔 잠들기 전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다. 그 어린 나이에도 복권 1등을 꿈꾸고, 외계인과의 조우나 동물들이 사람처럼 말을 하게 된다면 무슨 얘기를 할지 궁금해하곤 했었다. 어른이 되고나서는 상상력이 없어진 것인지 상상을 할 시간이 없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엉뚱하고 재미있는 상상이 어느 순간 멈춰버렸다. 어른이 되고나서도 엉뚱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잃지 않는다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처럼 이런 스토리를 구상할 수 있을까?

흙보다 단단한 아스팔트나 보도블럭이 땅을 뒤덮고 있는 곳이 많아져 주의깊게 보지않으면 눈에 띄지 않을 개미를 매우 관심있게 관찰하게 만들었던 책 <개미>를 읽은지도 25년이 더 지났다. 그리고 이제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길냥이와 대화하고 싶게 만드는 고양이 시리즈의 완결편 <행성>을 읽고 있다.

언젠가 개와 고양이가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설명하는 짧은 만화를 본 적이 있다. 자신에게 먹이를 주고, 산책을 시켜주고, 씻겨주는 등 돌봐주는 사람의 존재를 마치 '신'인양 뭐든지 할 수 있는 존재로 우러러 보는 개와는 달리 고양이는 사람을 자신의 시중을 드는 존재로만 여긴다는 내용이었다. 사람이 시중을 드는 자신의 존재가 더 대단하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제3의 눈을 달고있는 바스테트가 스스로를 여신으로 여기고 있는 상황과도 찰떡같이 어울리는 설명이다.

좀비를 피해 바다를 건너 다른 대륙으로 이동한 생존자들이 막상 도착하고 나니 떠나왔던 곳보다 더 많은 좀비떼를 맞닥뜨린 영화처럼, 쥐떼들의 공격을 피해 뉴욕으로 건너간 바스테트와 그 일행들이 마주하게 된 것은 더 크고 더 많은 쥐들이었다. 옛날 서부 영화의 주인공 총잡이는 총알도 잘 피하고 헐리우드의 히어로들은 쉽게 공격을 잘도 피하더만 불행히도 바스테트 일행에게는 그런 행운이 주어지지 않았다. 위기의 순간마다 희생되는 동료들. 그 희생이 영웅심이든 어리석음이든 적과 맞서다 맞은 죽음은 언제나 숙연해진다.

바스테트 일행을 쫒아 미국까지 온 티무르. 교활하기까지 한 티무르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알 카포네에게 머리는 숙이는 복종도 망설이지 않았다. 포로로 잡아온 폴이 제3의 눈을 달고 사라져버린 위기 상황에서 승리의 여신은 과연 어느 편에 서 줄 것인가! 그런데 말야, 제3의 눈을 다는게 그렇게 쉬운 거였다면 적에게 달아줄게 아니라 같은 편에 달아주는게 더 낫지 않았겠어? 저쪽은 티무르와 폴 둘, 이쪽은 바스테트 하나. 수적 열세를 걱정할게 아니라, 응?

소설 속에서는 대통령의 꿈을 이룬 힐러리 클린턴의 등장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유머가 돋보였다. 위기의 상황에서 단결하는 모습보다는 제각기 제 방식만 옳다하고 목소리를 드높이며 분열하는 인간들의 모습도 현실과 닮아있다. 2권에서는 마음과 힘을 모아 제대로 해결해 나갈 수 있겠지? 나탈리의 의심과 고민도 해결점을 찾을 수 있기를.

과연 지구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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