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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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 이세진 (옮김) | 민음사 (펴냄)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동일한 승객들을 태운 동일한 비행기가 두 번 착륙했다고요?

-<아노말리> 본문 중에서

유전자 복제로 이루어지는 복제인간, 클론. 신이 허락하지 않은 인위적인 생명 창조에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세상 어딘가에 살고 있을지 모를 나와 똑같은 자아, 도플갱어. 마주치게 되면 한 쪽은 죽음을 맞게 된다는 저주와도 같은 얘기는 '나와 똑같은 또 다른 나'를 결코 인정하지 못한다는 암시와도 같다.

가끔은 그런 생각도 해본다. 미래에서 온 내가 현재의 나에게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경고와 조언을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이젠 옛날 영화가 되어버린 '빽 투더 퓨처'에도 그런 설정의 스토리가 있었는데. 과거의 자신에게 가서 복권 1등의 번호를 모조리 알려주던 악당이. 한 번쯤 꿈꿔보지 않나? 미래로 가서 미리 복권 1등의 번호를 보고 오거나 미래에서 온 누군가가 그런 행운을 가져다 주기를. 하지만 어떻게 시간을 넘어왔는지 알 수 없고 왔던 시공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면 과거를 공유한 또 다른 나와는 과연 함께하는 삶이 가능할까?

<아노말리>는 2020년 콩쿠르상 수상작이다. 보통 이름있는 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하면 무겁고 어렵고 재미없고 지루한 스토리라는 선입견을 갖게 된다. 그런데 이 <아노말리>는 표지글에서 만나게 되는 책소개글부터가 심상치가 않다. 첫 장에서는 청부살인자를 등장시켜 미스터리로 흐르는가 싶더니 3개월의 시간차를 두고 자신을 만나게 되는 이들이 받아들이게 되는 상황은 SF스럽지만 여운은 철학 못지않다.

사랑하는 이를 가운데 두고 자신과 경쟁 아닌 경쟁을 하게 되는 조애나, 또 다른 자신의 죽음을 알게 되고 부활처럼 그 뒤의 인생을 살아가는 빅토르, 또 하나의 자신과도 비밀을 공유할 수 없는 블레이크의 선택, 블레이크와는 반대로 서로의 인생을 함께 공유하고 누리기로 한 슬림보이, 자리를 바꿔 삶을 사는 앙드레, 균형을 맞춰 보려는 뤼시까지 3월들과 6월들의 선택은 모두 달랐다.

난기류를 뚫고 3개월의 시간을 건너 미래로 온 비행기의 탑승자들.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혼란스러운 사람들은 탑승자들 뿐만이 아니었다. 결국은 새로운 신분으로 살아가게 되지만 비밀에 꽁꽁 쌓여 동일한 사건이 중국에서도 일어났음을 인지조차 하지 못한 것은 반전과 함께 공포로 다가왔다. 현실에서도 얼마나 많은 비밀이 이처럼 소리없이 묻혀버리고 있을까.

3개월 후 또다시 나타난 006편 항공기에 대통령이 내린 선택은 과연 옳았을까? 나는 또다른 나, 분신을 마주하게 되면 어떤 선택들을 하게 될까?

모두가 재미있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가 있구만. 이틀만에 거침없이 읽어내려간 <아노말리>. 말로 설명하기 힘든 여운이 남는다.

※선물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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