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이야기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9
엘리자베스 인치볼드 지음, 이혜수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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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이야기

엘리자베스 인치볼드 (지음) | 이혜수 (옮김) | 문학동네 (펴냄)

티비를 켜면 공중파는 물론이고 여러 종편 채널과 케이블 채널까지 인기 강사가 다수의 프로그램에 자주 모습을 보인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이제는 티비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는 설민석 님이 그러했고 먹방에 관련해서는 백종원 님이 그러하다. 그리고 요즘은 한창 핫하게 예능과 광고까지 섭렵하며 활동 중인 오은영 선생님이 계시다. 어린 자녀들의 양육과 교육은 물론이고 어린 시절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많은 '어른이'들의 상담 멘토로서 열혈 활동 중이시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교육과 양육은 매일매일 고민되는 숙제다. 어느 날은 순풍에 돛단듯이 잔잔하게 흐르는 듯 하다가도 어느 날은 비바람 거센 태풍을 만난 것처럼 마음이 어지럽다.

엄격함과 정서적 학대의 차이는 받아들이는 이의 입장에서 종이 한 장의 차이일 수도,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일 수도 있다는 점이 매번 결정의 순간을 신중하게 만든다.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건네는 충고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구속과 잔소리로 느껴지기 쉽다. 중년이 된 지금은 충고라며 주로 잔소리를 하는 입장이지만 한때는 잔소리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십대를 보냈기에 한 번씩 잔소리하는 내 입을 침묵과 한숨으로 틀어막는다.

밀너 양을 걱정하는 도리포스 신부의 마음도 그러하지 않았을까. 사제의 신분으로 누군가를 양육해 본 겅험이 없는 그가 느닷없이 맡게 된 후견인이라는 책임은 절제와 강요하는 복종을 통한 구속으로 나타났다. 밀너 양은 어떤 때는 생각이 짧은 경솔함으로 주변의 속을 새까맣게 태우고, 어떤 때는 세상 다시없는 따스한 정을 드러낸다. 계산되지 않았던 러시부룩을 향한 순수한 사랑과 선행이 훗날 그녀의 하나뿐인 바램에 응답이 되었다. 뿌린대로 거두는 것은 선행과 악행 둘 모두를 이르는 말이라는 것을 확인하기라도 하듯이 사랑을 배신한 결과 또한 받아들여야 했다. 종잡을 수 없는 자유분방함과 약간의 오만함이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초래했다.

어머니 밀너의 허물은 어렸던 머틸다에게도 시련이 되었다. 밀너의 딸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딸이기도 한 머틸다에게 드러내는 적의와 냉정함은 엘름우드 경의 상처와 배신감이 얼마나 컸던가를 짐작하게 하지만 한때 사제였던 사람이 이다지도 포용력과 자애로움이 없는가 싶었다. 밀너 양에게 강요되었던 절제와 복종보다 훨씬 더 가혹하고 부당한 복종이 머틸다에게 강요되지만 머틸다는 순순히 받아들이고 아버지에 대한 애정도 접지 않았다. 조신하지 못하고 방종한 여인에게는 대가가 따른다는 교훈을 주고 싶었나? "안나 카레니나", "마담 보바리"를 통해서도 주었던 경고가 <단순한 이야기>에서는 엄마와 딸이라는 두 여성을 동일한 사람으로부터의 강압에서 대조적으로 그려낸다. 남성의 가부장적 강압에 복종하는 여성이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기라도 했던걸까...

두 모녀의 차이가 있다면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를 대하는 태도랄까? 그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재어보려하고 시험하려 했던 어머니 밀너와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믿었던 머틸다.

진리는 정말 단순하다.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인간의 욕심, 오만, 경솔함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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