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마다
리사 스코토라인 지음, 권도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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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마다

리사 스코토라인 (지음) | 권도희 (옮김) | 소담출판사 (펴냄)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는 더이상 정신의학의 논문 주제나 강력 범죄의 뉴스에서만 접하게 되는 단어는 아니다.

무차별, 무동기의 연쇄살인 범인에게나 적용될 것 같던 범죄자들의 특징은 그 특징들을 교묘히 감추고 우리의 이웃, 친구, 직장 동료로 평범함을 연기하며 우리와 함께 일상의 일부분을 공유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 심리학자의 티비강연에서 보았던 소시오패스의 특징은 인터넷에서 쉽게 접하게 되는 누군가의 이웃들의 얘기이기에 공포가 현실이 되는 오싹함마저 준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해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모든 일이 자기 위주로 돌아가야 한다는 그들의 심리는 우리가 개인주의, 이기주의라 부르는 것과 그다지 먼 거리가 느껴지지 않는다. "~~충"으로 불리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도를 넘는 이기적인 사례들은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아도 셀 수 없이 많다. 인구의 4퍼센트가 소시오패스라고 하는 통계는 어쩌면 실제 수치보다 적게 책정된 것은 아닐까.

모두가 르네 베빌라쿠아의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맥스를 지목할 때에도 에릭은 맥스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다. 맥스 자신조차도 자신을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여준 에릭의 신뢰는 맥스 뿐만이 아니라 극한 상황에 처했던 여러 인질들의 목숨까지 구했다. 비록 에릭의 사람에 대한 신뢰가 범인을 눈 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하는 맹점을 만들기도 했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얹어진 "관계"자체에 무게를 둔다. 관계를 위해 신뢰를 쌓고 상대를 진심으로 대하게 된다. 하지만 사이코패스에게 사람은 관계가 아닌 도구일 뿐이다.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로 여기기에 신뢰는 자기만을 향하게 만들고 이런 과정에서 가스라이팅이 일어나기도 하는 것이다. 자신이 목적하는 용건이 없다면 인간관계가 불필요하다고 여기는 소시오패스의 특징은 사람사이의 관계마저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는 데에서 현실공포로 다가온다.

너무 평범하게 이웃에 섞여있고, 너무 자연스럽게 평범함을 연기하고 있으며, 사회 어느 계층에나 존재할 수 있다는 점,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으면서도 자각하기 어렵다는 점들이 공포에 무게감을 실어준다. 소설에만 존채하는 일이 아닌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고 실제로 일어나는 중이기에 <15분마다>에서 에릭에게 일어나는 연이은 불행이 단순한 소설 속 설정으로만 읽히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비관에 빠질일만은 아니다. 나머지 (96퍼센트에 해당되는) 동료들은 에릭에 대한 신뢰를 접지 않았고 아내 케이틀린과의 소송도 합의로 마무리 되었으며 에릭이 진심으로 걱정했던 맥스도 제 삶의 정상궤도로 오르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으니 말이다. 우리의 현실이 아무리 암울해도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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