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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전 시집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서거 77주년, 탄생 105주년 기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뉴 에디션 ㅣ 전 시집
윤동주 지음, 윤동주 100년 포럼 엮음 / 스타북스 / 2022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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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전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지음) | 스타북스 (펴냄)
'시'는 언어의 함축적 마술이다.
아무리 길게 늘여쓰고 설명을 붙여보아도 다 담지 못하는 마음을 가슴으로 읽게 하는 힘이 있다. 사람을 이성보다는 감성적으로 만들고 지나치는 사물이나 사소함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시상을 떠올리고 옷자락을 스치는 바람에 센티멘탈해지기도 한다. 하늘에 떠가는 구름을 의인화하기도 하고 별에도 의미를 담아 시를 짓게 한다. '시'하면 이토록 감성적인 사랑의 언어를 떠올리기 쉽지만 조용조용한 혼잣말의 뉘앙스로 고민과 번뇌, 자책과 양심을 호소하며 저항의 시를 쓴 이도 있다. 학창시절 저항시인이라고 배운 윤동주처럼.
겉멋이 들어 시를 외우고 시험에 나오니 시를 분석하던 시기를 지나고 보니 소설과 에세이는 꾸준히 읽어왔음에도 시는 그렇지를 못했다. 모든 문학은 작가의 의도가 있지만 특히 시는 작가의 의중을 헤아리기 더더욱 어렵거나 함축적으로 축약된 절제된 표현들은 핵폭탄을 도시락에 담아 놓은 것처럼 가슴에서 터지는 폭발력이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주요 시험에 출제되는 지문으로써가 아니라 빼앗긴 조국을 위해 무엇을 어찌 적극적으로 해볼 수 없는 한 젊은 이의 고통에 찬 번민이 비명처럼 한 행 한 행에 스며있었다. 이 단어가 이렇게 깊은 단어였나, 이 행이 이렇게 아픈 행이었나, 이 시를 왜 이제서야 이렇게 읽을 수 있게 된 것일까..
지금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이란 제목으로 알려진 윤동주 님의 시집의 원제목은 "병원"이었다고 한다. 일제 치하의 서러운 조국의 동포들 처지가 아픈 환자 같았을까.
그의 대표 시 서시, 자화상, 별 헤는 밤 등을 시작으로 교과서 밖에서는 쉽게 접해보기 어려운 다른 시들과 산문들까지 뜻깊게 곱씹어 읽어보았다. 그가 느꼈을 아픔을 다 헤아릴 수 없지만 그 아픔의 흔적인 시들만 읽어 보아도 윤동주가 느꼈을 자책이 내게는 송구스러움과 감사함, 연민이 버무려진 복잡한 심경이 되었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피를 토하는 심경으로 써내려갔을 시를 이렇게 쉽게 읽어도 되는걸까.
한국의 문화가 춤, 노래, 영화, 드라마 등 여러 형태로 세계로 뻗어나가는 요즘이다. 문학으로는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백희나 작가의 구름빵이 인정받았다. 언어의 운율이 중요시 되는 시는 번역이라는 과정을 거치면 운율의 미학이 사라지고 만다. 영시가 한국어로 번역되어도, 한국의 시가 영어로 번역되어도 마찬가지다. 윤동주 님의 시를 영어로 옮겨 놓으면 마치 시 속의 영혼은 사라지고 마는 느낌이랄까. 많은 사람들이 알고 읽고 느끼기를 바라지만 시의 본질, 그가 시 속에 녹여낸 마음만은 바래지지 않기를 바래본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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