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열린책들 세계문학 276
나쓰메 소세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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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나쓰메 소세키 (지음) | 양윤옥 (옮김) | 열린책들 (펴냄)

틀로 찍어 낸 듯한 그런 악인은 이 세상에 없어. 평소에는 다들 착한 사람들이지. 그러다가 여차할 때 갑자기 악인으로 돌변하니까 무서운 것이지. 그러니 더더욱 방심할 수 없다는 거야.

나쓰메 소세키 <마음> 본문 83페이지

배신.

어떤 흉기에 베인들 이보다 아플까.

고의적이었다고 해서 다 악의적인 것도 아니지만 고의가 아니었다고 해서 그 배신이 아프지 않은 것도 아니다.

배신당하는 일없이 살아가는 무탈한 인생이면 좋겠지만 일과 가정을 지키고 키워가는 과정에서 가까운 가족으로부터 일면식도 없는 sns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배신이라는 상처를 남기는 관계는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그 배신에서 교훈을 얻기도 하고 상처만 들여다 보느라 상처이외의 곳은 돌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보이기도 한다.

마음이라는 것은 참으로 신기하다.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두 눈에 다 담을 만큼 작은데 그 안에 자리잡은 마음은 끝을 알 수 없다. 오히려 들여다 보려하면 할수록 바닥을 알 수 없는 깊이는 더더욱 깊어진다.

베일에 쌓인 사연에 슬픔도 무겁게 내려앉아 있을 것 같던 선생님의 비밀은 유서처럼 써내려간 편지에 적혀있었다. 그러나 선생님을 이해할만큼 속시원한 해답이 되진 않는다.

작은 아버지의 배신으로 사람에 대한 믿음도 잃고 혐오감을 갖게 되었다는 선생님을 측은하게 여겨보려 했지만 연민의 마음이 생기지는 않는다. 재산의 대부분을 작은 아버지에게 빼앗기긴 했지만 부잣집 도련님으로 부족함이 없이 자라온 탓일까, 하숙집 아주머니와 그의 딸을 대하는 태도나 친구K를 대하고 생각하는 모습에서 상대를 배려하는 등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소리내어 고집부리는 모습이 드러나지 않았을 뿐 오히려 자기 위주의 사고방식과 제멋대로의 행동이 보여질 뿐이다.

아버지의 병세가 위독해 고향에 내려간 '나'를 전보로 부른 일이라던가, 친구K의 형편을 걱정해 자신의 하숙집으로 불렀다지만 호의보다는 생색 내지 않는 척하는 이중적인 생색, 그 과정에 하숙집 아주머니의 거절에도 친구K를 불러들이는 일을 강행해 버리는 일 등이 그러하다.

아내가 된 하숙집 딸과의 관계에서도 당사자에게 마음을 묻기보다는 혼자서 지레짐작하고 추측하고 상상하면서 혼자 만족하고 혼자 질투하고 혼자 승리감에 도취되는 등 청혼마저도 당사자에게 하지 못하는 등 비겁한 모습마저 보인다. 본인은 작은 아버지에게 받은 배신으로 아팠다고 하면서 사랑의 고민을 털어놓는 친구를 비겁한 방법으로 배신하는 선생님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 죄책감을 속죄하는 방법도 진실된 속죄라기 보다는 죄책감을 느끼는 자신에 대한 연민으로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결혼전 K와 선생님을 대하는 하숙집 딸의 태도나 친구의 배신을 자살로 대답하고 그 장소를 사랑하는 여인의 집으로 삼은 K 역시도 이해할 수 없다.

사람의 심연을 들여다 보는 나의 능력 부족이거나 문학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얕은 식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평소에는 착한 사람이다가도 여차하면 악인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말. 그 말은 타인을 향하는 말이 아니라 선생님이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예외없이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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