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다가 생각이 났어 - 지속 가능을 위한 비거니즘 에세이
손수현.신승은 지음 / 열린책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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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다가 생각이 났어

손수현 신승은 (지음) | 열린책들 (펴냄)

삶을 추구함에 있어 '양보다 질'을 선호하게 되면서 여러 모습의 삶의 방식을 보게 된다.

무병장수가 최고의 삶으로 손꼽히던 과거에서 개개인의 취향과 선택이 다양해지고 존중받게 되면서는 욜로족, 딩크족 등 이름마저 생소한 삶의 여러 방식들을 듣거나 만나게 되었다. 이런 여러 모습의 삶의 방식들을 아우르는 큰 틀은 아마도 본인 자신이 가장 행복해지기 위한 선택이 아닐까 싶다. 안정된 미래를 위해 저당잡히는 현재의 삶을 살아야 하는 자신에게 불확실한 미래보단 현재의 행복을 주고 싶고, 아이에게 할애하는 시간보다 오롯이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싶은 것이 아닌가 짐작해본다.

그런데 비건의 삶은 조금 다르다. 물론 자신의 체질과 건강을 위해 비건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식용으로 태어나고 자라 죽는 동물들에 대한 미안함에 비건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다.

채식주의자라는 우리말에는 말 그대로 채식을 하는 식사를 떠올리게 되지만 비건과 베저테리언이란 단어로 접하게 되면 동물학대에 반대하는 '~~운동'과 '~~주의'가 겹쳐 개인의 철학을 엿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언젠가 티비 프로그램인 '윤식당'에서 '베저테리언'이란 용어를 처음 알게 되었다. 채식에도 종류가 이토록 다양하다니. 채식만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가금류, 어패류, 유제품, 동물의 알, 육류 등을 선택적으로 상황에 따라 먹기도 하는 방식으로 다양하게 나뉜다.

기운이 없거나 아플때마다 동물성 단백질 그 중에서도 육류 섭취를 꼭 해야만 기운이 나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그저 신기하고 먼 얘기다.

오른손잡이가 훨씬 많은 세상에서 왼손잡이로 살아가는 것은 다소의 불편을 초래한다. 오른손잡이용 가위를 왼손으로 사용하면 잘 잘리지 않고 손잡이가 달린 출입문도 오른손잡이의 편의에 맞춰져 있다. 음식을 먹어야만 살아갈 에너지를 얻는 대다수의 인구 중 상대적 소수인 비건들이 느끼는 불편함도 그러할 것이다.

채식주의자라는 말은 있지만 육식주의자라는 말은 없다.

우리가 보통 평범하다고 여기는 것들에는 '~~주의'라는 말을 쓰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채식을 하는 사람들의 삶이 (먹는 음식만 따로 떼어 놓고 본다면 그다지 특별할 게 없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음에도 비건이라고 밝히면 그 개인의 식성과 선택은 존중받지 못하기 쉽다. 충고인 척 하는 간섭과 지적질에 수군거림까지.

비건으로 살아가는 불편은 본인들 스스로가 감당하고 있는데 주위에서 더 난리다.

비건인 지인과 함께 식사하기 위해 나같은 육식애호가가 채식만을 해야한다던지, 반대로 비건인 사람이 메뉴에도 없는 음식으로 고민하며 "이것 빼주세요, 저것 빼주세요"하는 상황은 상상하기 쉽다.

개인의 개성이 존중받고 자기만의 색깔로 특화되어가는 요즘, 비건을 지향하는 이들과 같은 식당을 이용하면서도 서로에게 미안해하지 않을 선택권이 폭넓은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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