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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2년 3월
평점 :
투명인간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 이정서 (옮김) | 새움출판사 (펴냄)
지금의 아이들은 방과후 수업과 학원 스케쥴로 놀이 문화가 많이 사라져 아쉽고 짠한 마음이 든다. 놀이터에서 조차 볼 수 없는 아이들에게는 낯선 풍경일테지만 내가 어릴 적만 해도 골목골목을 누비며 또래들과 어울려 놀던 기억이 있다. 술래잡기, 땅따먹기, 빨리 달리기, 색깔찾기 놀이 등을 하며 놀다가 지치면 삼삼오오 모여 쪼그려 앉아 수다로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그 수다의 주제들은 매일 거기서 거기 반복되는 이야기들이었지만 상상만으로도 흥분되고 즐거운 조잘거림에는 "투명인간이 된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가 꼭 끼여 있었다.
투명인간이 되면 여탕에 가보고 싶다던 남자아이도 있었고 은행을 털어보겠다는 아이도 있었다. 희안하게도 투명인간이 된다면 하고 싶다는 일들이 선의보다는 평소에 할 수 없었던 이른바 나쁜 짓이 주류였다. 하지만 하나 둘 아는 것이 늘어가면서 투명인간이 된다는 것에 대한 흥분보다는 다시 보통의 인간으로 되돌아와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허버트 조지 웰스의 "투명인간"에서 그리핀이 투명인간이 되고 나서 가장 먼저 하려했던 것도 투명인간이 되기 전으로 자신을 되돌리는 일이었다.
깃을 세운 외투와 모자, 목도리, 붕대로 칭칭 감아 투명인간이라는 것을 들키지 않았을 때에는 그를 두려워하지 않던 사람들이 그가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이라는 것을 인지한 이후로는 두려워하고 적대시 했다.
투명인간이 되고나면 요술 망토를 두른 것처럼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정작 투명인간이 된 그리핀이 느끼게 된 것은 무력감과 좌절감 그리고 점점 커지는 분노였다. 무일푼이 된 후에 그는 추위와 배고픔으로 부터 자유롭지 못했고 보이지 않는 존재였기 때문에 도움을 받을 수도 없었다. 자신을 원래대로 되돌려줄 연구노트마저 도둑맞았지만 피해자가 된 상황에서도 보호는 커녕 호소할 수 조차 없었다. 만약 큰 병이라도 걸렸거나 외상이 있었다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그를 어떻게 치료해 줄 수 있겠는가. 투명인간이 된다는 것은 장점보다 단점이 많아 보인다.
투명인간이 된 그리핀의 행보가 추위와 배고픔에 힘겨워하고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혐오와 적대의 대상이 된 것이라면 그런 그의 처지에 측은함이 들었겠지만 그는 점점 공격성을 보이며 인간성마저도 사라지는 듯하다.
궁지로 몰리는 상황들이 그를 그렇게 몰아갔던 것인지, 잠자고 있던 내면의 악의적 살의가 깨어나는 것이었는지 아니면 투명인간이 되면서 갖게된 부작용으로 인간성이 상실되어 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현실에서 일어나기 희박한 일들에 대한 바램들로 현실의 일상에서 너무나 당연해서 자각조차 못하는 평범한 것들에 대한 만족과 행복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