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이름 세트 - 전2권 열린책들 세계문학
움베르토 에코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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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상,하

움베르토 에코 (지음) |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펴냄)

악마라고 하는 것은 물질로 되어 있는 권능이 아니야. 악마라고 하는 것은 영혼의 교만, 미소를 모르는 신앙, 의혹의 여지가 없다고 믿는 진리...이런 게 바로 악마야!

장미의 이름 (하). 801페이지

이런 것들이 악마라면 악마로부터 자유로운 이는 얼마나 될까? 붙잡고 있는 진리 하나를 절대적 진리로 맹신하고, 두 귀를 막고 두 눈을 가린채 제 할 말만을 떠드는 이들을 드물지 않게 본다. 굳이 종교에 국한해서 생각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상식이라 불리는 편견과 아집들이 교만과 만나 시너지를 일으킬 때 그 사람은 불통의 아이콘이 되기 십상이다.

<장미의 이름>에서는 잘못된 종교적 신념이 살인을 하고도 죄책감은 커녕 살인을 정당화하는 비뚤어진 신앙을 보여준다.

가짜 그리스도는 지나친 믿음에서 나올 수도 있고, 하느님이나 진리에 대한 지나친 사랑에서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중략) 진리를 위해서 죽을 수 있는 자를 경계하여라. 진리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자는 대체로 많은 사람을 저와 함께 죽게 하거나, 때로는 저보다 먼저, 때로는 저 대신 죽게 하는 법이다.

장미의 이름 (하). 823페이지

책 말미에 윌리엄 수도사가 아드소에게 건네는 충고는 보편적으로 인생 전반에 적용해도 틀리지 않다.

<장미의 이름>은 추리소설의 외형을 한 중세 종교 소설이지만 종교라는 제한된 시야에서 벗어나 좀 더 크게 바라본다면 철학서라 해도 될만큼 깨달음을 주는 보석같은 문장들이 빛난다. 옛 속담에 무엇이든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던가. 믿음, 신앙이 지나침을 더해 방향마저 잃으니 종교가 갖는 원초적인 의미마저 퇴색해져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과연 신앙뿐일까? 모성애나 애국심은? 방향설정이 잘못된 지나친 사랑도 대상이 무엇이든 상대에겐 폭력이 되고 공포가 될 수 있다. 자신이 믿는 것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여기는 자들이 보이는 극단적인 선택과 행동력은 어디서부터 잘못되어진 것일까? 움베르토 에코가 <장미의 이름>에서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결국 이것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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