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받지 못한 자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5
도러시 매카들 지음, 이나경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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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받지 못한 자

도러시 매카들 (지음) | 이나경 (옮김) | 휴머니스트 (펴냄)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등장하는 공포의 존재는 솔직히 우리 정서와는 잘 맞지 않는다. 우리에게 공포는 '한'이라는 민족적 정서와 연결되며 그 한에 이르는 사연에 공감하면서 함께 울고 웃고 분노하기도 한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은 어쩌면 "사람은 제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말과 연장선 어디쯤에선가 만나지 않을까. 저마다 자기 입장에서 유리한대로만 보고 판단하고선 나중에서야 "속았다, 그럴 줄 몰랐다" 하는 일이 생각보다 비일비재하다. 똑같은 모습을 보고도 누군가는 성녀를 보았고 누군가는 냉기 서린 악의를 느끼기도 하니 말이다. 마치 <초대받지 못한 자>의 메리를 보고 동네 사람들과 패멀라가 느끼는 것이 달랐듯이.

 

유령 출몰 자체로 이유없는 공포심을 조장하며 죽음을 만들어내는 보통의 공포소설이나 심령소설과는 달리 <초대받지 못한 자>에서는 유령의 존재와 사연에 관심을 갖는다. 유령도 과거에는 사람이었기에, 누군가의 딸이나 아들이었고 엄마이거나 아버지였을 것이기에.

 

 

 

동생 패멀라의 요양차 전원 생활을 하고 싶어 집들을 둘러보던 로더릭과 패멀라는 수수하지만 아름다운 2층 석조 주택 '클리프 엔드'(집에 이름이 있다는 건 언제들어도 낭만과 멋이 느껴진다)를 상상조차 하지 못할 파격적인 가격에 매입하고 정착한다. 집주인 브룩 중령의 의미심장한 경고가 있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꿈에 들뜬 젊은이들에게 연장자의 충고는 잘 들리지 않는가보다.

 

클리프 엔드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많은 인물을 등장시키지 않으면서도 이야기는 지루하게 늘어지지 않고 460여 페이지를 몰입하도록 이끄는 긴장감이 있다. <초대받지 못한 자>는 클리프 엔드에 출몰하는 유령의 존재를 쉬쉬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소문을 만들고 부풀리기 좋아하는 사람들 틈에서 피츠제랄드 남매가 끈질긴 노력으로 마침내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유령이라는 존재에 무조건적인 공포심과 적대감을 느끼기보다는 그 유령의 존재가 누구인지 왜 나타나는지 이유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러브라인은 자칫 우울하고 어둡게만 흐르기 쉬운 분위기에 환기가 되어 준다. 피츠제랄드 남매와 함께 살며 살림을 거드는 리지의 존재는 공포소설에서 잘 볼 수 없는 유머도 지닌다. 겁은 나지만 무용담을 만들고는 싶고, 의리는 지키고 싶지만 입은 가벼운 리지의 캐릭터는 미워할 수 없는 감초의 역할같다고나 할까.

 

어려서 부모를 잃고 강압적인 할아버지 브룩 중령의 보호아래 자란 비운의 상속녀 스텔라는 점차 정신적인 독립을 하게 된다. 계속되는 의문은 지금껏 진실이라고 알아왔던 것들과 부딪히고 새롭게 드러난 진실은 인간의 추악함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타인의 불행을 즐기기 위해 자신의 행복마저 포기하면서 필요하다면 진실도 위조하고 자신들이 만든 위조한 진실을 진짜라고 믿으며 사는 사람들.

 

유령보다 더 무서운 건 어쩌면 사람일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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