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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ㅣ 박노해 사진에세이 2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0년 1월
평점 :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 박노해 사진 에세이 2
박노해 (글 사진) | 느린걸음 (펴냄)
지금은 초등학교라고 불리지만 나는 국민학교라고 불리던 시절에 졸업을 했다.
해마다 반복되는 학년 초의 가정조사나 숙제 중에는 집안의 가훈을 적어내라던 적도 자주 있었다. 그 때에 친구들이 적어내던 가훈은 "정직", "하면 된다", "가화만사성" 등 뻔하고 흔하지만 삶에서 놓치기 쉬운 진리들이 많았다. 우리집은 가훈이 없어서 그 숙제가 괴롭고 곤혹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가훈이 없는데 거짓말로 정직이라 적을 수도 없고 동생과 하루가 멀다하고 싸우면서 화목을 적을 수는 없었던 국민학생의 최소한의 양심이었다고나 할까.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는 마치 누군가의 집에 액자로 걸려있을 가훈같기도 하고, 어느 학교의 급훈처럼 흔하고 뻔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천천히 음미하고 곱씹을수록 삶의 지혜와 달관한 자의 향기가 난다.
복잡한 것이 왠지 멋있어 보이고 뭔가 있어 보이는 것 같지만 문제를 해결할 때는 단순한 것이 명쾌할 때가 훨씬 많았다. 겉은 유연해 보여도 마음속 심지만 단단하다면 어떤 고난과 시련에도 흔들림 없는 사람이 될 것이다. 거기에 단아한 품위마저 갖춘다면 더할나위 없는 금상첨화.
자신을 가난이 단순하게 만들고, 고난이 단단하게 만들고, 고독이 단아하게 만들었다고 박노해 님은 밝히고 있다. 나는 어떤 모습일까. 내 삶의 기술은 무엇이었나.
어른이 되어 복잡해지는 세상을 살아가며 점점 더 약해지는 나를 문득 발견할 때마다 나는 나를 추스리는 쪽이었나, 무너지는 쪽이었나.
살아온 날이 하루만큼 더 길어질수록 뒤를 돌아보는 날도 하루만큼 더 길어졌다. 후회보다는 반성을 통한 새로운 각오와 다짐을 하고, 살아갈 날들에는 후회와 반성이 줄어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단순하지만 막되지는 않게, 단단하지만 뻣뻣하지는 않게, 단아하지만 차갑지는 않은 그런 사람. 사람의 향기가 나는 사람...될 수 있겠지?
오늘도 한 걸음, 하루만큼 내딛어본다.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