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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은 방 ㅣ 박노해 사진에세이 4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2년 1월
평점 :
내 작은 방 / 박노해 사진 에세이 4
박노해 (글 사진) | 느린걸음 (펴냄)
흔히들 가정은 사회의 축소판, 가장 작은 사회라고들 한다. 그렇다면 공간이 주는 최소한의 단위, 나의 공간은 어디에서 출발해야 할까?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에는 내 책상, 내 방을 가져보는게 소원이던 때가 있었다. 나만의 책상에서 공부를 하면 하루종일 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나만의 방에서 잠을 자면 예쁜 꿈만 꾸면서 잠도 잘 잘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사회 생활을 시작하고 독립을 하게 되면서 오롯이 가져보게 된 내 방. 그 안에 온갖 나만의 것들을 채워 넣으며 순간순간의 기쁨을 누려보기도 했으나 정작 나 자신을 채워넣는 것에는 얼마 만큼의 열정이 있었을까?
작은 방이더라도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가졌던 소년 소녀들은 이제 어른이 되어 더 큰 집, 더 높은 집, 더 비싼 집을 열망하게 되었다. 언제 부터였을까. 그 안에 채울 수 있는 따뜻함과 행복보다 겉에 보여지는 것들에 집착에 가까운 욕심을 가지게 된 것은. 박노해 님의 <내 작은 방>을 읽으며 전작들에서 느꼈던 감동만큼의 반성을 하게 된다.
요즘은 아이들이 뛰어 놀아야할 놀이터마저도 거실로 들어왔다.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에도 그러했다. 집은 점점 커지고 소유하는 것도 점점 더 많아지지만 정작 내 존재감을 오롯이 간직하는 공간은 그 중 얼마나 자리하고 있을까? 지구 어느 한 편에는 내 방은 커녕 가족들이 둘러 앉을 사면의 벽과 지붕마저 없는 이들이 있다. 그들이 보이는 미소보다 우리의 미소가 더 밝다고, 그들의 행복보다 우리의 행복이 더 크다고 과연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타인에게 방해받지 않으려 많은 것을 집 안으로 끌어모으고 있지만 손 안의 디지털은 내가 원하지 않는 때에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오히려 밖으로 끌어내기도 한다.
내 최초의 영토인 내 방이 상징하는 것은 방 그 자체는 아닐터이다. 내가 쉴 수 있고 나를 보호하고 나를 치유하는 내 방. 그 방에 담을 것들을 새 마음으로 골라봐야겠다. 눈부신 햇살과 아이의 웃음 소리와 미소를 번지게 할 오래된 사진과 그리고 또 무엇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