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박노해 사진에세이 1
박노해 지음, 안선재(안토니 수사) 옮김 / 느린걸음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46. 날카로운 꽃받침에 감싸인 목화솜을 하나하나
골라 따내는 소녀들의 손에는 핏방울이 붉은데
그 손으로 따낸 목화솜은 눈이 부시게 희어서
면 옷을 입고 쓰는 나는 불현듯 심장을 찔린다.

이 대목을 읽다가 순간 부끄럽고 죄스런 마음이 든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은 누군가의 피와 땀, 혹은 그것을 넘어서는 고통과 슬픔이 배어있다.
가족의 생계를 짊어진 어린 소녀들의 모습은 그리 멀지않은 과거의 대한민국을 떠올리게 했다.
전국의 시골에서 상경한 어린 여공들. 방직 공장에서 가발 공장에서 그리고 우리가 다 알지 못하는 숱한 생활 전선에서 배움의 기회를 포기하고 잠을 포기하며 자신의 꿈 대신 자신보다 더 어린 동생의 꿈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냈던 소녀들. 그녀들은 이제 나이를 먹어 어른이 되었지만 자신들의 꿈만은 아직 소녀 적 그때에 머무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