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석영중 지음 / 열린책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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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 명장면 200

석영중 (지음) | 열린책들 (펴냄)

한 해 한 해가 더해져 나이가 들어 이십대, 삼십대, 사십대 이제 오십대의 문턱에 가까이 왔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있지만 때로는 본 만큼 알기도 한다. 세상사 이치도 그러하지만 고전문학을 읽을때 그러함을 종종 느끼곤 한다. 같은 책을 읽고서도 이십대의 나와 삼십대의 나, 사십대의 내가 느끼는 감상은 포인트도 깊이도 다르다. 아마도 켜켜이 쌓인 경험의 두께와 무게만큼 책 속 등장인물들의 삶에 이입되는 크기도 커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리고 부끄럽게도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은 불혹의 나이를 넘기고서야 처음 만났다. 어려울거란 선입견과 주제의 무거움에 쉽게 다가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시작으로 가난한 사람들, 백야, 여러 단편들을 정독하며 도스토옙스키의 정신세계와 철학, 그의 인생까지 들여다보게 되었다. 좋은 작품을 읽게 되면 그 책을 인생책으로 마음에 담기도 하지만 그 작가에 대해서까지 알아보고자 하는 일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도스토옙스키를 '도끼옹'이라 친근하게 부르며 존경심을 담아 지금까지 사랑해오고 있다. 이런 애정이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을 맞아 <도스토옙스키 명장면 200>과 같은 책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레프 톨스토이와 함께 러시아 문학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도스토옙스키. 그의 작품 속에서 빛나는 명문장, 명장면이 내가 꼽은 것과 다른 사람들이 꼽은 것은 과연 다를까, 같을까?

저자인 석영중 님이 머리말에 밝혀두신대로 맥락에서 뚝 떼어 낸 대사와 장면을 설명하거나 해설하면 소설을 읽을 때의 감동은 잘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들 인생에 대입해서 읽어보면 그 깊이만은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줄거리에 집중하며 읽었던 소설 읽기와는 달리 문장 하나하나에 돋보기를 대고 보는 것처럼 말이다. 무심하게 읽고 넘겼던 문장들에 생각지도 못했던 의미들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 독서였다. '아! 이래서 읽고 토론하는 거구나'하는 또 한 번의 깨달음.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토론이 여의치 않기에 이런 독서가 더 의미있게 다가왔다.

불안, 고립, 권태, 권력, 고통, 모순, 읽고 쓰기, 아름다움, 삶, 사랑, 용서, 기쁨 12개의 주제로 나누어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결국 이 모든 것들은 삶이라는 큰 틀안에서 그의 철학과 내면을 얘기해주고 있다. 가장 공감이 많이 되는 부분은 불안에 관한 파트였다. 공감되거나 깨달음을 주는 부분에 인덱스를 붙이다가 웃음이 났다. 매 페이지마다 붙여야할 지경이니!

솔직히 말하자면 인덱스를 붙인 부분은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속 인용된 문장들보다 저자인 석영중 님의 해석과 해설, 생각들이 더 많았다. 덕분에 어려웠던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들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 한 작가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 연구가 철학자를 연상시킬만큼의 성장으로 이어지신 듯하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들이 어렵다고 호소 아닌 호소를 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 분들이 읽으면 좋을 <도스토옙스키 명장면 200>. 이제는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이 더이상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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