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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프랭클 - 어느 책에도 쓴 적 없는 삶에 대한 마지막 대답
빅터 프랭클 지음, 박상미 옮김 / 특별한서재 / 2021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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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프랭클
빅터 프랭클 (지음) 박상미 | (옮김) | 특별한서재 (펴냄)
삶의 어느 한 지점에서부터 한동안 매순간의 선택이(그것이 본인의 선택이든, 타인의 선택이든) 삶과 죽음을 정하게 될지도 모를 그 아슬아슬함을 얼마나 견뎌낼 수 있을까? 그런 상황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은 과연 어느 정도나 가능할까?
어둠에 있어봐야 빛의 밝음이 소중함을 알고, 결핍과 빈곤을 겪어본 자가 풍요에 더 감사할 줄 안다. 삶에 대한 의지도 죽음에 쫒겨 본 사람이 더 강하지 않을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가족을 잃고, 그 이름만으로도 공포와 잔인의 대명사가 된 아우슈비츠를 포함해 무려 네 군데의 수용소를 거치고도 살아남은 빅터 프랭클. 우리나라에서는 <죽음의 수용소에서>로 알려진 <인간의 의미 추구> 저자인 그의 자서전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결코 가볍게 입에 담을 수 없는 경험을 조근조근 이야기하듯 써내려간 그의 글들은 분노와 좌절과 같은 감정의 격양이 없음에도 오히려 더 처연하고 슬프게 다가왔다. 오로지 사람이 중심이어야 한다는 그의 연구와 치료정신은 그가 맞닥뜨렸던 죽음과 그 죽음을 비껴가지 못했던 많은 이들을 떠올리며 로고 테라피를 완성하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늘색으로 칠해진 본문 중에는 유난히 오래 시선을 붙들고 먹먹하니 생각에 잠기게 하는 문장들이 있었다.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과거에 발목 잡히지 말라는 자기계발서들이 있지만 빅터 프랭클은 과거를 의미있게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지나온 과거에 고통과 깨달음, 인생의 의미가 있는 그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아픈 것은 결코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다'라는 말은 다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내게도 많은 울림과 위로가 되었다.
조금만 힘들어도 "~~해서 죽겠다"라는 말을 습관처럼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정작 죽음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하게 되는 선택은 "삶과 죽음"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
부모님과 사랑했던 아내 틸리를 떠나보내고 고통스러웠을 그이지만 고통 속에서 삶을 놓아버리는 대신 삶의 의미를 찾고 새로운 도전과 자아실현을 이뤄낸 그가 존경스럽다. 고통과 슬픔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무심코 건네는 충고가 아니라 뼈속까지 스미는 고통을 경험한 빅터 프랭클이 하는 삶의 조언이라 더 진실되게 들린다. 나와 같은 상황에 있지도 않으면서 모든 것을 아는 듯이, 이해한다는 듯이 건네는 섣부른 위로들보다 더 묵직한 울림을 준다. 책 말미에 두번째 아내인 엘리와 마주보며 웃고 있는 모습이 그래서 더 값지게 보일런지도 모르겠다.
같은 길에서 누군가는 허무를, 누군가를 의미를 찾는다.
로고테라피의 이론은 잘 모르지만 사람에게 진심인 그 마음이 고통에서 시작되었음을 짐작하기에 세상을 향한 그의 위로와 용서가 더 값지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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