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귀신요괴전 1 - 중국 괴력난신의 보고, 자불어 완역 청나라 귀신요괴전 1
원매 지음, 조성환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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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 귀신요괴전

원매 (지음) 조성환 (옮김) 글항아리 (펴냄)

어릴적에 '옛날 얘기'하면 떠오르던 이미지는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귀신 이야기, 전설의 고향, 호랑이 등 주로 공포 이야기였다.

요즘의 아이들은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라는 말도 생소할테고 전설의 고향도 종영된지 오래다. 요즘 할머니들도 겨울밤에 손주들을 앉혀놓고 옛 얘기들을 해주시려나? 이젠 이런 광경을 상상하는 것조차 어색해진지 오래다. 이제는 이런 것들을 대신해서 실화괴담이라는 주제로 시청자들의 사연을 드라마로 재구성하기도 하고 공포를 주제로 한 유튜브들도 꽤 인기리에 방송중이다. 그러나 시각과 청각이 주는 자극적인 공포보다 더 진하고 오래가는 공포는 뭐니뭐니해도 글을 통해 만나는 게 아닐까 싶다. 오롯이 읽는 자의 상상으로 한계없는 공포를 맛볼 수 있으니 말이다. 무섭다 무섭다 하면서도 계속해서 찾게되는 귀신 이야기의 매력은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원매는 자불어에 이 책의 집필 동기를 밝히고 있다. "9. 문학과 역사 외에는 스스로 즐길 것이 없어 이에 마음을 즐겁게 하고 귀를 놀라게 하는 일을 널리 수집하고 기록하여 세상에 남겨두는 것이지, 여기에 미혹되지는 않았다." 즐거움을 위해 소일거리로 짓고 창작한 얘기라고는 하지만 당대 사회의 어두운 상황을 반영하고 악습을 폭로하는 등 자신의 생각도 많이 녹여내 담은 것 같다. 책 속에 수록된 많은 이야기는 청나라 귀신들뿐만 아니라 비슷한 문화권의 동양의 다른 귀신의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었다.

 



귀신과 요괴로 일걸어지는 다른 세상의 존재들은 분명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환영받는 존재는 아니다. 기피하고 싶은 대상이고,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런데 객기를 부리거나 어줍짢은 허세를 부리느라 죽음 건너편의 존재들에게 약을 올리고 모욕하는 등의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는 이들의 얘기도 귀신이야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요괴에 홀려 죽음 직전에 가까스로 죽음을 면하기도 하고, 오히려 죽은 이들의 도움으로 출세하거나 더 큰 위기로 부터 벗어나기도 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와 매우 유사한 이야기도 보인다.

"사람을 미끼로 삼은 관동의 모인"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옛 이야기인 호랑이 형님이 떠오르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얘기에선 호랑이에게 잡혀갔다가 꾀를 내어 돌아왔다면 모인은 호랑이 사냥을 위해 산 사람을 미끼로 쓴다. 가끔은 사람이 귀신보다 맹수보다 더 무섭다.

같은 동양권의 문화이어서 그런건지 우리나라의 구전 민담들과 닮은 분위기가 제법 있다. 상상으로라도 그려져 전해져왔을 그들 나라의 요괴나 귀신들의 삽화가 중간에 삽입되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대륙의 넓은 땅에 얼마나 많은 종류의 귀신과 다양한 이야기가 있겠는가. 귀신도 처음에는 사람이었던 때가 있었을테니 우리네 귀신처럼 한을 품기라도 했을까? 한을 품고 죽어 개인적인 복수를 하는 스토리가 많은 우리의 귀신들과 달리 원매가 수집한 청나라 귀신요괴전의 귀신들은 관리의 청렴과 사회제도의 여러 문제점을 꼬집는 얘기가 주류를 이룬다. 옛 사람들도 귀신 얘기를 좋아했을까? 아마도 즐겨 듣는 얘기들을 통해 원매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았을까.

권선징악, 사필귀정. 이 당연한 교훈을 주기 위해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선택한 그의 한 수가 빛난다.

이한치한. 올겨울의 추위를 원매의 <청나라 귀신요괴전>이 주는 공포의 한기로 보내버려야지. 청나라 귀신요괴전 2권아, 기다려~!! 단숨에 읽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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