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공화국
안드레스 바르바 지음, 엄지영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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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공화국

안드레스 바르바 (지음) 엄지영 (옮김) 현대문학 (펴냄)

222. 아이들의 세계는 어른들과 전혀 다르다. 오히려 약자가 위협하고, 강한 자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촉법소년이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은 형사 책임 능력이 없기 때문에 범죄 행위를 하였어도 처벌을 받지 않으며 보호 처분의 대상이 된다."는 이 법은 해당 나이의 청소년들이 범죄를 특히 혐오, 특수 범죄를 저지를 때마다 뜨거운 감자다.

앞날이 창창한 이 아이들이 호기심에 혹은 몰라서 저지른 실수와 범죄로 남은 인생을 망치면 안되기에 반성의 기회를 주어 가르치고 계도하는 의미로 만들어진 법이 오히려 그들의 방패가 되어 더 큰 범죄를 알고도 일부러 저지르는 모순이 되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상황. 얼마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어느 가장이 청소년들에게 맞아 죽었으나 처벌할 길이 없다는 안타까운 사연, 더구나 미취학 아동이었던 자식이 보는 앞에서 당해야 했던 그 상황을 잠시라도 떠올려 본다면 촉법소년의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에게 맘이 쏠린다. 그러나 현실은 선거법과 관련해서 복잡해진다. 법으로 책임을 지우게 되면 권리와 의무도 함께 주어야한다는 기본법에 의거해서 투표권도 주어야 하기 때문에 법의 개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현직 판사의 인터뷰를 보았다. 과연 답은 없는 걸까?

빛의 공화국에 나오는 32명의 아이들. 연민을 보이던 일부 마을 사람들은 몇몇의 아이들이 벌인 다코타 슈퍼마켓 습격사건의 살인으로 등을 돌린다. "약자는 위협하고 강한자는 오히려 꼼짝 않는다". 그렇다면 약자가 보이는 위협은 어디까지 용인하고 받아주어야 하는 것일까?

너무 배가 고파 먹으려고 훔쳤다면 이해라도 했을테지만 자선단체의 기부물품을 무작정 못쓰게 만든 행위 등은 그들 자신을 변론할 수 없게 만들었고,

이 32명의 아이들을 이용해 유명세를 타려했던 어른들을 통해 사회적 이슈때마다 돌발 행동을 하는 관종들을 보았다.

살인이라는 무서운 범죄를 저지르고 밀림으로 사라진 아이들을 찾기 위해 시작된 수색. 아이들은 처음에 솟아나기라도 한 듯 나타났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유일하게 발견된 헤로니모에게 주인공과 경찰이 마을 사람 모두의 마음을 대신해 묻는다. "나머지 아이들은 어디로 갔니?"

그러나 나는 줄곳 다른 질문이 떠올랐다. "너희들은 왜 그곳으로 갔니?" 분명히 집도 부모도 있었던 아이들이 왜 집도 없이 굶주림에 힘겨워하면서도 그렇게 살았던 걸까?

빛이라곤 한 줌도 들지 않는 지하 하수도에 숨어 살며 <빛의 공화국>이라니. 차라리 어둠의 공화국이라 불리우는게 당연한 듯 보이지만 아이들은 빛을 갈구하고 그 안에서 나름의 희망을 찾기라도 했던 걸까?

깨진 유리들을 지하도 구멍마다 빼곡히 박아 서로 반사되는 빛을 만들어내고 자기들만의 빛의 공화국을 만들었다.

구걸을 하러 마을로 내려왔던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어주었더라면 아이들은 원래있던 제자리로 돌아갔을까? 아이들은 애초에 왜 떠났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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