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혹하는 이유 - 사회심리학이 조목조목 가르쳐주는 개소리 탐지의 정석
존 페트로첼리 지음, 안기순 옮김 / 오월구일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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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혹하는 이유

존 페트로첼리 (지음) | 안기순 (옮김) | 오월구일 (펴냄)

 

 

 

 

세상을 살아가면서 듣게 되는 많고 많은 말들 중에 우리가 '쓸데없다'고 치부하는 개소리는 반대로 '쓸데있는' 말들에 비해 적을까, 많을까?

거짓말을 포함해 내가 관심없어 하는 얘기를 억지로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듣게 될 때 모두 개소리라고 치부해왔는데 '존 페트로첼리'의 <우리가 혹하는 이유>를 보니 거짓말과 개소리는 확연히 다르다. 유해도에 따라 파리가 꼬이는 지수로 나눈 그의 유머도 살짝 엿보인다.

거짓말은 진실을 숨기려고 애초에 자신이 했던 거짓말을 기억해야 한다. 이래서 한 번 한 거짓말은 진실을 덮기 위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거짓말이 늘어난다. 반면 개소리꾼은 자신이 개소리를 하면서 그것을 믿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진실을 알 필요도 관심도 없고, 자신의 말에 거짓이라는 부담을 느낄 필요도 없다. 마치 말이 뇌를 거치지 않고 척수 반응처럼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것만 같다.

대선을 앞두고 치열한 기싸움에 일단 뱉고 보는 소위 배운 분들, 높은 분들의 티비만 틀면 쏟아져 나오는 망언들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19. 더 좋은 정보를 입수했다고 해서 의사결정이 항상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의사결정이 더 좋아지려면 예외 없이 정보가 더 좋아야 한다.

이 당연한 소리가 부끄럽게도 우리는 가끔 단편적인 몇개의 정보만 가지고 성급한 결론을 내린다. 가짜 뉴스에 쉽게 현혹되고 흔들리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과학적 추리와 비판적 사고라는 훌륭한 도구를 버려 두고 느낌을 따르며 확신에 찬 오류를 범하는 어리석음을 보이고 마는 것이다.

이런 어리석은 오류와 믿음에 관하여 개소리라는 표현을 하다니, 재미있으면서도 마음 한 켠 시원함이 있음을 숨길 수가 없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나 출판된 서적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개소리'라는 말. 이 단어를 이보다 더 속시원하게 대체할 말이 없는 것 같다.

 

 

이제는 사람들의 성향 파악에 애니어그램보다 더 널리 쓰이며, 티비 프로그램에서 방송인들이 자신의 성향을 서로 맞추어보기도 하던 MBTI가 게 심리학자들이 만든게 아닌 게임용이었다는 사실이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일상에서 많이 듣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그 테스트의 결과에 신뢰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거짓된 정보가 여러번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현혹된다면 거짓 정보는 진실이라고 믿고 의심하지 않게 된 것이다. 당연하게 믿어왔던 것들에게 뒤통수를 제대로 맞는 느낌이다.

 

 

찰스 폰지와 메이도프의 사기를 보고 있노라니 희대의 큰 손 장영자가 떠올랐다. 사기 수법도 비슷하다. 투자를 받아서 돌려막기.

사람들은 투자를 하면서 사업성이나 진실성, 실제 증거와 수치보다 한 개인의 유명세와 지위를 보고 투자를 실행했다. 스스로를 똑똑하다고 여기고 의심이 많다고 자부하던 사람들이 스스로의 함정에 더 쉽게 빠져 들었다.

개소리에 빠져드는 함정은 의외로 많고 또 의외로 쉽다. 논거와 증거를 혼동하고 그럴듯하게 속이는 프레이밍 효과에도 쉽게 속는다. 남들도 다 하니까 괜찮을 거라는 안이함도 한 몫 한다. 어쩌면 이 모든게 개소리를 믿고 싶어서 핑계처럼 내미는 이유들 일런지도 모르겠다.

 

 

샛노란 표지가 주는 이미지에 깜빡 속았다. 가볍게 읽을 수 있을거라고 여겼는데 사뭇 진지하고 깊이가 깊다.

가짜 정보, 직관과 확증 편향이 만들어내는 오류 등에서 스스로와 자신의 생각을 지켜내는 안목을 키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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