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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공화국
안드레스 바르바 지음, 엄지영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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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그 책에 등장하는 인물은 바다를 바라보다가 문득 '바다'라는 말이 자신의 상상 속에서 실제 바다와 일치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가 '바다'라는 말을 할 때마다 언제나 거품으로 뒤덮잇 녹청색의 묘한 수면만을 떠올렸지, 진정 바다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실제하고 있는 것이 분명함에도 때로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보다 보고 싶은대로, 느끼고 싶은대로 나름의 이상형을 그려두고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본질에 대한 진지한 고민없이 왜곡된 모습만을 그리고 쫒다 아집에 사로잡히고 엉뚱한 곳에서 길을 헤매는 경험. 바다를 빗대어 얘기하고 있지만 현실의 우리가 놓치고 있는 본질은 얼마나 많을 것인가.
눈으로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귀로 들은 것이 전부가 아니다. 32명의 아이들이 산크리스토발시에서 벌인 무질서와 범죄의 이면에는 그 아이들을 그렇게 만든 무엇이 있었는지도 고민해봐야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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