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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 - 모든 그림에는 시크릿 코드가 있다
데브라 N. 맨커프 지음, 안희정 옮김 / 윌북 / 2021년 6월
평점 :
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
데브라 N. 맨커프 (지음) | 안희정 (옮김) | 윌북 (펴냄)
미술에 관한 책을 여러권 읽어보았지만 첫눈에 표지에서부터 반해보긴 처음이다. 초록색 겉표지의 구멍이 비밀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느낌마저 주어 설레임을 고조시켰다.
한 장 한 장 정독해 나가기 전 휘리릭 전체를 넘겨보던 중 다른 미술 관련 도서들과의 차이를 보았다. 유명한 명화 위주의 똑같은 설명이 아닌 사진과 행위 예술, 드레스 코드가 포함된 다양한 주제가 담겨 있었고 명화를 감상하고 접근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었다.
그림이 그려진 시대적 배경이나 상황, 작가의 의도, 그림이 상징하는 의미는 미술 작품과 미술사를 다루는 여러 도서에서 반복적으로 거론된다. 그런데 <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의 첫번째 챕터인 "물감 속을 꿰뚫어 보다"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완성작 아래에 숨겨진 초안이나 다른 그림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림이 수정되거나 다른 그림으로 덮여져 사라진 또 다른 그림들에는 나름이 이유가 있다. 값비싼 캔버스의 값을 충당하기 어려워 재활용 하기도 했고 더 완벽한 완성작을 위해 수정에 수정을 더하기도 했다. 적외선 조명과 적외선 카메라 등의 사용으로 숨겨져 있던 그림은 작가의 의도를 알아내는 열쇠로 이용되기도 했다.
정교하고 사실적인 그림만 손꼽히는 예술인 것은 아니다. 사람의 눈만큼 속이기 쉬운 것이 없다고 한다. 이를 이용한 착시의 미술은 더 넓은 미술의 세계로 이끈다. 안드레아 만테냐가 그린 "신혼의 방에 그려진 둥근 천장 프레스코화"는 마치 천장에서 아기천사들이 내려다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몇 년전 핫하게 유행했던 트릭 아트의 시초 쯤이 아닐까.
과거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던 일부 화가들은 모델을 구할 수 없어 자화상을 그리던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외에도 나르시즘이나 여러 이유로 자화상을 그렸을 테지만 실물과 똑같이 그리기 보다는 자기식의 화풍과 방법으로 여러 구도와 장면을 구사했다. 그림 안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라던지 역사와 신화를 차용해 상징적으로 표현한다던지 화가 자신을 지나가는 조연처럼 그리거나 그림 속 거울에 비춰보이는 모습으로 나타내는 등 여러 개성을 보인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퍼포먼스 "측정할 수 없는 것"은 지금 전시, 공연 된다고 해도 화두에 오를 만한 작품이다. 외설 논란과 금기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는 작품들은 표현의 자유와 논란의 사이에서 옳고 그름을 정의하기 어려워 보인다.
모든 작품들이 완성작으로 남지는 않았다. 미완으로 남거나 오랜 세월을 견디지 못해 부식되고 파괴되며 처음의 온전한 모습을 지키지 못한 것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모습에서도 나름의 미와 의의를 발견한다.
"아는만큼 보인다". 미술에서 만큼 딱 맞아떨어지는 말이 또 있을까? 미술에 대한 앎의 범위를 넓혀주는 <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