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206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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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하)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펴냄)

당신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내가 함께 가는 거야.

우리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살아 있으면 그건 둘 다 살아 있는 거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하) 본문 중에서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되도록이면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감독의 재해석의 여지가 있을 수 있기에 작가의 의도를 먼저 알고 싶은 이유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존 던의 시를 제목으로 쓰여진 헤밍웨이의 소설이다.

17세기 런던의 마을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교회종을 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헤밍웨이의 소설에서는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렸을까?

언제 죽을지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전쟁에서도 사랑이 가능한가? 마리아와 로버트 조던의 짧지만 진한 사랑을 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전쟁이라고는 하지만 국가와 국가간의 전쟁이 아닌 스페인 공화국과 반란군 파시스트 사이의 내전이다. 공화국은 유럽 각국과 미국의 국제 여단의 지원을 받았고 반란군은 보수주의자, 파시스트, 이탈리아 나치 독일의 지원을 받았다. 스페인을 위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지원국들의 감추어진 속내가 한 나라를 더욱 더 내전으로 몰고가진 않았을까? 우리의 6.25처럼 말이다. 정치인들이 아니었다면 조국은 분단이 아닌 통일을 맞이했을거란 여운형 선생의 말이 줄곳 떠올랐다.

로버트 조던의 지시를 받아 공화국의 골스에게 편지를 전하러 떠난 안드레스가 무정부주의자의 무지와 장교들의 고집, 불필요한 절차로 번번이 통행이 저지되는 것을 보면서 어리석은 지도부는 어느 전쟁, 어느 시대에나 꼭 있구나 싶었다. 이들 중 신념을 가지고 전장에 나선 이는 얼마나 되었을까?

로버트 조던은 자신이 죽인 나바라의 타파야 출신 기병대 젊은이의 편지를 읽고 생각에 잠긴다. 자신이 죽인 사람들 중에 확실한 파시스트는 몇명이었는지, '죽이지 말아야겠다'와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야' 사이에서 괴로워 한다. 살인은 분명 범죄이지만 더 큰 불행을 막기 위함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해보아도 그런다고 해서 괴로움이 덜해지지 않는다.

영화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마리아와 로버트 조던의 사랑이 큰 줄기로 이야기가 흐르지 않았을까 싶다. 소설에서는 사랑에 못지 않은 무게로 내전의 참혹함과 상처, 게릴라들의 동료애를 보여주었다. 로버트 조던은 나흘을 함께 보낸 필라르의 일당들에게 형제애를 느꼈다. 서로에게 목숨을 맡겨야 하는 것은 절대적인 신뢰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한 번 배신했다가 돌아온 파블로에게 마리아를 부탁해야 하는 예상치 못한 변수도 생겼지만. 삶은 늘 예상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으니.

이런 세상에서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는 로버트와 아이를 낳아 파시스트와 맞서게 하고 싶다는 마리아. 부모의 죽음과 겁탈이라는 상처를 지닌채 순종적이고 사랑밖에 난 몰라를 표현하는 마리아에게서 잡초와도 같은 생명력을 보았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마리아를 보내기 위해 로버트가 한 말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심이었을 것이다.

'​존 던'의 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마지막 구절.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는지 알기 위해 사람을 보내지는 말지라.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므로."

결국은 모두에게 울릴 종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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