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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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죽은 사람들

제임스 조이스 (지음) | 이강훈 (옮김) | 열린책들 (펴냄)

"더블린 사람들"에 수록되었던 15편의 중단편 중 <애러비>, <가슴 아픈 사건>, <죽은 사람들> 3편이 실려있다.

더블린이라는 장소를 배경으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담아내고 있는데 그 일상이란 것이 밝고 희망적이지 않고 소외되고 어두운 현실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애러비>에서는 주인공 소년이 짝사랑하는 이웃집 누나의 권유로 바자회에 가는 내용이다. 누나의 권유로 마음은 들뜨지만 누나는 다른 일정으로 가지 못하고 바자회에 가야하는 날에는 숙부가 약속을 잊어 너무 늦은 시간에 바자회 장소로 향하게 된다. 도착한 바자회장은 기대와 다르고 소년은 실망을 넘어선 괴로움과 분노를 느끼게 된다. 어느 것하나 뜻대로 되는 것이 없다.

<가슴 아픈 사건>에서는 제임스 더피 씨가 딸을 하나 키우고 있는 유부녀 시니코 부인과 교류를 나누다가 절교를 선언한다. 그 누구와의 교제도 없이 자신만의 정신적 삶을 살던 그가 우연한 만남이 거듭되던 그녀와 자신의 지적 인생을 공유하던 어느날 그녀의 적극적인 태도에 교제를 끊은 것이다. 자주 둘이서만 보낸 저녁 시간은 부인으로 하여금 더피 씨의 친분을 오해하기 쉽게 만들었을 것이다. 4년 후 석간신문에서 그녀의 죽음을 기사로 보게 된 제임스 더피 씨는 그녀의 죽음에 자신의 책임이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사람들은 그녀의 죽음이 불운한 사고라고 누구에게도 잘못이 없다고 얘기한다. 그녀에게는 평소 늦은 밤 선로를 가로질러 다니던 습관이 있었으며, 2년 전부터 폭음하는 습관이 있었다는 증언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죽음에 그 누구도 그녀가 왜 늦은밤 선로를 가로질러 다녔는지, 왜 밤에 술을 사러 다녔는지, 왜 폭음을 시작했는지 이유를 알아보려는 사람이 없었다.

그녀가 느꼈을 외로움. 자신의 쾌락 세계에서 철저히 아내를 배제해왔던 남편과 딸로 부터 느꼈을 외로움은 빈둥지 증후군이 아니었을까? 그녀의 죽음에 정말 아무도 잘못이 없었을까? 더피 씨와 나눈 교류가 사랑이었든 우정이었든간에 시니코 부인에게는 살아갈 힘을 주는 작은 숨구멍과도 같지 않았을까? 그래서 더피 씨와의 교류가 끊긴 후 느낀 박탈감, 허무감, 좌절이 전보다 더 크게 자리잡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수록된 3개의 단편 중 개인적으론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죽은 사람들>은 수록 작품 중 가장 긴 편에 속하지만 가장 난해하고 어려웠다. 크리스마티 파티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 먹고 마시며 춤을 추고 웃고 떠들지만 진심이 담긴 상냥함을 찾아보기 어렵다. 겉으론 다들 파티를 즐기는 듯 보이지만 속으로 느끼는 불편함을 애써 숨기고 있다. 게이브리얼의 아내 그레타는 잊고 살았던 기억이 다시 듣게 된 노래로 소환되며 오래전 좋아했던 소년의 죽음을 떠올린다. 게이브리얼은 잠시 질투를 느끼지만 죽은 자들이 우리 삶에 얼마나 가까이에서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를 생각한다.

"더블린 사람들"에 실린 15편 전부를 읽으면 이해하기 쉬워질까? 억지로 밝게 그려내지 않고 일상에서 충분히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현실적으로 다가섰다. 지금은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이지만 당대에는 더블린에 사는 사람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진실에 가까울수록 아프기 때문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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