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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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

유즈키 아사코 (지음) | 권남희(옮김) | 이봄 (펴냄)

내게 필요한 건 숭배자 뿐

30대의 미혼 여성과 사귀던 노년층의 남자들의 잇단 죽음. 타살의 증거는 없지만 정황상 그들과 사귀던 가즈이 마나코가 주요 살해용의자로 체포된다.

남자들의 지원을 받아 생활하는 그녀를 세상은 흔히 꽃뱀이라고 부르며 부도덕한 시선을 보낸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꽃뱀의 외모와는 거리가 멀다. 뚱뚱한 외모를 소유한 그녀에게 세상은 그녀가 저지른 행위들보다는 그녀의 외모를 비하하고 공격한다.

책표지의 글을 보며 꽃뱀의 사기행각과 외모지상주의의 사회 풍조를 시사하는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생각했지만 본문을 읽어내려갈수록 보여지는 것은 결핍이었다.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버터"는 소설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음식에 재료로 쓰이며 음식 맛의 퀄리티를 높인다. 3분의 1가량을 읽는 동안 미스터리 소설이기보다는 식도락가의 음식 찬미 소설인것 마냥 음식의 맛을 그려내는 통에 '나도 버터간장밥이라도 먹어야 하나?' 하는 생각과 함께 앞으로 버터를 사게 되면 함유량을 체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음식 맛에 대한 묘사가 디테일하고 음식의 향이 맡아질 정도였다.

소설 <버터>를 이끌어 가는 두 여자 마나코와 리카는 무엇때문에 그토록 음식에 빠져들었던걸까?

가지이를 면회하기 위해 음식을 매개로 다가가는 리카는 처음의 목적을 잊은채 점점 가지이와 닮은 모습이 되어간다. 외모도 내면도...

살인혐의자인 가지이보다 마치다 리카의 변화와 심리에 더 무게가 쏠리며 주변인물들의 상처와 결핍이 그들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보여준다.

가즈이 마나코는 또래들에게서 소외되었던 경험이, 그녀의 남자들은 여자들이 떠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레이코는 자신이 어릴적 갖지 못했던 가정의 안락함이, 시노이는 딸에게 다하지 못했던 아빠의 역할이, 리카는 자신이 한 번 어긴 약속이 아빠에게 죽음이 되었다는 자책이 각각 상처가 되어 살아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어려서의 결핍을 성인이 되어 채우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다. 그 욕망이 어떤 형태로 나타나느냐에 따라 그 피해가 자신과 주변에 상처가 되기도 하지만.

음식이 상징하는 것은 애정과 관심, 안정, 따뜻함 등 주로 긍정적인 것들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어려서 먹었던 음식을 그리워하는 것은 단지 음식 자체가 아닌 것이다. 어느 심리학자가 말했다. 사람들은 마음이 허하면 마음을 채울 수 없으니 배를 채운다고.

가즈이 마나코의 공허는 무엇이었을까? 왜 음식이 가즈이 마나코에겐 범죄의 수단이 되고 리카에게는 치유와 화합의 도구가 되었을까? 마나코에게는 없지만 리카에게는 있었던 것, 주변의 사람들 그리고 친구.

자신에게 친구는 필요없다고 오직 숭배자만이 필요하다는 마나코에게 무엇보다 필요했던 것은 이야기를 나눌 친구였다.

"누가 죽였을까?"하는 추리보다 "왜 그랬을까?"하는 근원적 질문을 떠올려본다. 타인의 결핍을 이용하고 있지 않은지 나의 결핍을 이용당하고 있지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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