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소설'하면 아서 코넌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를 빼놓을 수 있을까? 추리 소설을 즐기지 않는 이들도 "셜록 홈즈 시리즈" 한 두편 쯤은 읽어 보았을 것이다.
어떻게 누군가의 소지품 하나만을 보고서도 많은 것을 유추 해내는지 홈즈의 추리력에 감탄을 연발하지 않을 수 없다. 막상 설명을 듣고나면 너무 뻔해서 '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었지?' 싶지만 미스터리한 사건 앞에선 또 다시 그의 추리력에 놀라기만 할 뿐이다. 그런 감탄과 놀라움에 대해 홈즈는 비결 아닌 비결을 알려준다. 그 차이는 바로 관찰에 있다고.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을 맞아 출간된 [NOON세트]의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 에는 홈즈의 관찰력이 빛나는 세 가지 사건인 '보헤미아 스캔들', '빨강 머리 연맹',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이 실려 있다.
'보헤미아 스캔들'에서는 홈즈가 놀라운 추리와 위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눈치빠른 아이린 애들러가 먼저 도주를 하고,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에서는 의뢰인인 오펀쇼가 사고사로 위장한 살해를 당하고 만다. 홈즈가 주인공이라고 해서 그가 맡은 사건이 모두 해피엔딩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풀리지 않는 의혹을 남겨둠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더 많은 상상을 하게 한다. 분명히 미해결로 남은 사건들도 있는데 왜 셜록 홈즈의 추리는 완벽하다고 기억되는걸까? 추리 자체는 언제나 완벽했기 때문이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는 미스터리한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외국 공주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는 대공은 한때 애들러와 연인이었던 사실이 드러날까 노심초사하고, 윌슨은 매주 4파운드를 지급하기로 한 빨강 머리 연맹의 해체가 탐탁치 않다. 석연치 않은 대가없는 행운에 의심해야할 사소함들을 무심하게 지나쳤다.
청년 존 오펀쇼의 의문의 죽음은 그에게는 다소 억울한 부분이 있다. 사건의 시작이 그의 백부에게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젊은날의 과오가 자신은 물론 동생과 조카까지 죽음에 이르게 만든 것이다. 대부분 의뢰인이 가지고 있었던 사건의 실마리는 홈즈 만의 관찰력으로 홈즈 만이 캐치할 뿐이지만.
세 편의 이야기 중 특히 '보헤미아 스캔들'에서는 왓슨과 홈즈의 케미가 돋보인다. 남남 커플의 케미나 브로맨스를 언급하며 이 둘의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어느 심리학자가 소설 속 주인공들의 유형 분석을 한 걸 보니 홈즈는 소시오패스라고 했다. 자신의 성향을 잘 알고 있는 홈즈 자신이 그런 성향을 범죄보다는 해결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라고. 그런 그에게 왓슨은 세상을 바로 살아가게하는 나침반이지 않았을까?
언제 읽어도 몇번을 읽어도 셜록 홈즈 시리즈는 재미있다. 집에 다른 홈즈의 이야기까지 마저 찾아 읽어봐야겠다. 어쩌면 오늘 밤을 새게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