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나'는 밤거리를 산책하다가 만난 여인 나스젠까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거리를 거닐며 보게 되는 건물들과도 친하게 지낼만큼 감수성이 풍부한 26세의 청년이다.
'나'는 여성 앞에서 수줍음을 무척 많이 타지만 연미복의 신사가 나스젠까에게 추근대자 용기를 내어 그녀를 위기에서 구해준다. 이런 과감성의 소유자가 왜 모태솔로로 있었는지 의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에게는 사랑하는 남자가 이미 따로 있었다.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떠난 남자이긴 하지만.
주인공인 '나'와 나스젠까는 요새말로 금사빠다. 어떻게 이렇게 쉽게 사랑에 빠질 수가 있을까? 순수해서?
나스젠까의 처지를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열일곱이 되도록 할머니의 곁에 붙어있어야만 했으니 이성을 접할 기회도 없었으리라.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살며 신사적인 배려를 보였던 남자에게 마음이 쏠리는 것은 어쩌면 불보듯 뻔한 일이었는지도.
함께 도망가자고 보퉁이를 들고 한밤중에 찾아온 그녀를 이성적으로 설득하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내보이고 미래를 약속하는 그가 진짜 신사답다는 생각이 든다.
가진것이 없는 현재에 함께 고생하기보다는 안정이 되면 꼭 돌아오리라는 약속을 보이는 그의 사랑법이 듬직하다.
약속했던 일년이 지나고 돌아온 그는 나스젠까에게 연락을 주지 않는다. 그를 기다리면서도 연락없는 이유를 변심보다는 다른 데서 찾으려는 그녀가 측은하기도 하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나'를 마치 어장관리하듯 우정이니 친구니 하며 곁에 두는 것은 얌체 같다. 나스젠까를 사랑하는 '나'는 그녀의 사랑 얘기를 듣는게 괴로운데 말이다.
돌아오겠다던 남자에게서 끝내 아무 연락이 없자 나스젠까는 나에게 마음을 열 노력을 한다. "104. 언제나 지금처럼 저를 사랑하고 싶으시다면, 그렇다면 저도 맹세합니다, 이 감사하는 마음...저의 사랑이 마침내 당신의 사랑을 받을 가치가 있게 될 거라는 걸...이제 제 손을 잡아주시겠어요?" 그러고는 자신의 집으로 이사를 오라며 '나'에게 희망을 보여준다. 그러나...
미래를 약속했던 그가 돌아왔다. 그리고 그녀를 불렀다. 잡고 있던 손을 뿌리치고 나스젠까는 그를 향해 총알처럼 달려갔다. 이런이런...
오매불망하던 나스젠까의 사랑이 이루어져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나'에게 주려던 마음이 진심이 아니었다는 걸 너무 늦기전에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해야하려나.
4일간의 백야에 꿈꾸듯 했던 사랑.
아침이 되어 용서를 비는 나스젠까의 편지를 받는다. <아, 그 사람이 당신이었더라면!>.
용서해달라며 영원한 친구가, 오빠가 되어달라는 그녀를 '나'는 축복해준다. 한순간이나마 지속된 지극한 행복이면 족하다며.
115. 너의 하늘이 청명하기를, 너의 사랑스러운 미소가 밝고 평화롭기를, 행복과 기쁨의 순간에 축복이 너와 함께하기를!
사랑하는 이의 행복을 빌어주는 사랑. 그 사랑이 어두운 밤도 환하게 만드는 백야와 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