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인간의 문명에 폭력이 생기면서부터 시작된 오래되고도 지금까지도 진행중인 얘기다.
많고 많은 전쟁의 이유 중에 신의 이름으로 일어났던 전쟁들 그리고 죽음들. 폭력의 시작은 무엇에서 비롯된 것일까?
"신의 전쟁"에서는 농업의 시작으로 잉여 농산물이 발생하면서 생겨난 특권 지배층이 자신들의 여가와 부를 유지하기 위해 농민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며 폭력을 행사하는데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수메르인들이 문자를 발명한 목적도 사회 통제였다는 점은 문명의 발전이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에서 시작됨을 보여준다. 본문의 "43.문명의 증거는 동시에 야만의 증거이기도 하다"는 문장은 뼈아픈 직언을 날린다. 농민에게서 빼앗은 잉여가 기술, 과학, 예술, 철학을 뒷받침하는 경제 자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농업의 시작으로 형성된 계급이 누리는 부와 여가는 계급의 고착화를 가져왔다. 제국을 개인 소유물로, 군대는 사병으로, 농민은 종으로 보았던 당시의 지배자들. 시대가 변하고 변하고 또 변했음에도 그때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지배자들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는 현타가 온다.
"110. 사회가 발전하여 무기가 치명적이 될수록 폭력으로 세워지고 유지되는 제국은 역설적으로 평화를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더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는 주장이다. 강하게 동의할 수 밖에 없는 주장이기도 하다. 폭력은 파괴의 힘이기도 하지만 평화를 지키기 위한 힘이기도 한 것이다.
종교의 핍박과 억압은 순교자 숭배로 이어졌다. 순교자는 소수지만 그 죽음은 정치적으로 이용되었다. 정치와 종교의 뗄 수 없는 관계의 단면이다.
각자의 이해관계, 각자의 도덕, 각자의 종교관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 도덕, 종교와 부딪히며 전쟁을 피할 수 없었으리라.
근대에 들어서며 종교는 정치와 분리되었지만 권력의 무게는 왕들에게 기울었다. 신보다 성직자에 대한 충성 맹세로 변질되고 종교 개혁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이단으로 몰려 많은 목숨이 사라졌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원주민을 몰아내면서도 신의 이름으로 행한 것들에 조금의 가책도 없었을까?
증기 기관의 발명으로 시작된 영국의 산업 혁명은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영향을 끼치며 인도를 식민지로 만드는 데까지 이른다. 기술의 발전은 무기의 발명으로 이어지며 식민지를 지배하기 수월하게 만들었다.
미국의 노예제를 둘러싸고 일어난 남북 전쟁은 종교가 개인의 이익에 따라 주관적으로 변형되고 해석되는 모습을 보였다.
인종주의, 민족주의를 부르짖는 그들에게 종교가 없어서, 신이 없어서 폭력적인 것인가! 전쟁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신을 찾는가! 신은 누구의 편을 들것인가?
종교를 국가에서 떼어낼 수는 있지만 민족에게서 떼어낼 수는 없다. 세계 여러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내전들이 이런 사실을 뒷받침 한다. 종교의 이름을 앞세워 자행되는 수많은 폭력과 테러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정치적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권력을 얻거나 지키기 위한 것이 핵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