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덴 대공세 1944 - 히틀러의 마지막 도박과 제2차 세계대전의 종막
앤터니 비버 지음, 이광준 옮김, 권성욱 감수 / 글항아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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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덴 대공세 1944

앤터니 비버 (지음) | 이광준 (옮김) | 글항아리 (펴냄)

아르덴 전투는 미군에게는 승리의 영광을 영국에게는 정치적 타격을 주었고 독일에게는 히틀러의 야욕을 무너뜨리는 디딤돌이 되었다.

본문 중에서

세계사를 짚어보며 두번이나 치른 세계대전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세계대전에서 히틀러를 빼놓을 수 없다.

아르덴 대공세가 세계대전과 히틀러에게 어떤 의미가 되는 전투였기에 책의 제목이 되기까지 했을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답답증을 일으킨 인물 몽고메리. 개인의 자존심과 명예욕은 신중하고 신중해야 할 상황 판단과 결정을 흐리게 했다. 세계 평화라는 대의 명분을 위해 나선 전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때로는 지나치게 드러내놓고 자국과 개인의 이기심을 보이며 또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었는데도 서로 공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 속 아군들의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전쟁이었다.

전쟁은 소모전이다. 전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오래 버틸 힘이 있는 쪽이 이기는 소모전인 것이다.

학교에서 단 몇줄로 배우게 되는 전쟁사의 속 깊은 내용은 밀고 미리는 전투의 반복이다.

전사자를 메우기 위해 보충된 신병의 평균 생존기간은 일주일 정도였다. 6.25때의 어린 학도병들이 너무 쉽게 죽었던 그 참혹함이 떠오른다.

독일군 병사들은 제대로 먹지 못해 말라 있었기 때문에 미군에 비해 수술이 한결 쉬웠다는 사실은 서글프기까지 하다. 잘 먹지 못했던 것이 생사를 가를 수도 있는 전쟁부상에서는 수술과 회복에서 더 나았다는 것이.

경쟁하듯 설치한 지뢰와 대응 지뢰, 인계철선 등으로 발목이 잘려나가는 부상이 흔했고, 보충병들을 훈련시킬 고참병은 부족했다. 의미없이 버려지는 죽음이 그래서 더 많아지지 않았을까.

전쟁의 승패는 정보전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정보는 중요하다.

대공세를 위한 준비는 비밀리에 진행되었다. 연합군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대공세 전날 몽고메리는 병력과 장비, 보급품이 부족해서 독일이 공격을 감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 옹졸하고 능력없는 인물이 어떻게 그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는지가 의문이다.

전쟁에서 여성들의 고통과 죽음은 빠지지 않는 이야기다.

분명히 전쟁에 나서기 전에는 선량했을지도 모를 그들을 무엇이 혹은 누가 이토록 잔인한 비인간성의 무엇으로 탈바꿈하도록 만든 것일까? 군인 대 군인이 아닌 민간인을 상대로 벌이는 범죄와 학살. 그것이 전쟁이 만들어내는 가장 큰 비극일 수도 있겠다.

'포로는 해치지 않는다'는 규약은 무용지물이었다. 이런 일을 무용담처럼 떠들어대는 18세의 소년병. 전쟁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그가 전쟁이라는 물을 만난걸까?

춥고 굶주린 독일군들은 마지막 총력전을 펼쳤다. 미군을 환영했던 시민들은 친위보안대 요원들에게 심문 당하고 살해되었다.

진격하는 독일군에게서 도망치던 미군들을 만난 벨기에의 한 마을에서 민간인들이 보여준 선의는 그 선의를 받은 미군 당사자에게도 오랜 시간이 지나 활자로 사연을 접하는 내게도 깊은 울림과 감동을 준다.

어쩌면 목숨이 위험해질수도 있는 선의가 총과 위협이 도처에 널린 전쟁 상황에 쉽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전투기들이 지상의 목표물들을 공격할 때에 종종 아군이나 피난하는 민간인을 오폭하기도 했다. 폭격 도중에 오폭임을 깨닫고 중지하는 일도 있었지만 오인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해 전멸시킨 일도 없지는 않았으리라 여겨진다. 혹한의 눈 위에 있는 사람들이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그저 하나의 까만 점이었을텐데, 무엇을 폭격했는지 그들이 과연 전부를 다 알 수 있었을까? 무고한 죽음이 얼마나 많았을까? 전쟁이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혹독한 추위로 보병들은 고생을 했다. 군인들이 싸워야할 상대는 적군들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농업과 산림에 의존하던 아르덴의 경제는 치명타를 입었다. 아르덴 전투는 다른 어떤 전투보다도 야만스런 수준의 전투였다. 미군 포로들이 학살당한 사건을 비난했던 미군들 역시 같은 짓을 저질렀다. 반면 영웅들도 있었다. 자신의 목숨을 바쳐 자신이 속한 중대나 대대를 구하는 숭고한 희생도 있었다. 전쟁은 인간성과 비인간성을 모두 보여주는 현장이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내전과 전쟁은 끊이지 않고있다. 인류의 역사가 지속되는 한 전쟁의 역사도 함께이어야만 하는가? 승리로 환호하는 승자안에서도 패전국만큼이나 많은 피와 눈물을 흘린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전쟁자체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고민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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