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직에 미련을 두지 않겠다 선언하고 고향에 내려가 초가에서 검소한 삶을 사는 조조. 비록 처음 벼슬길에 나아갈 때 아버지 조숭이 환관 왕보에게 건넨 뇌물과 아첨이 그 발판이 되었지만 관직에 있는 동안은 청렴하고 공명정대했던 조조다. 도리에 어긋남을 부끄러워하고 불의에 맞서는 용기와 결단력도 있었다. 어디서부터 였을까? 이런 조조가 변해가기 시작했던 것은.
은인에게서 부탁받은 환아를, 더구나 변병과 서로 좋아하고 있는 환아를 끝내 욕망을 누르지 못해 취하고 만다. 삼국지 조조전을 3권까지 읽어오며 조조에게 가장 실망하게 된 대목이었다.
늘 조조의 곁에서 손과 발이 되어준 누이와 진의록. 꼼수를 모르고 우직하게 제 할 일 하는 누이와 약삭빠른 아부와 잔머리로 입 안의 혀처럼 구는 진의록. 가려운데를 알아서 긁어주는 진의록에게 맘이 더 가는 것은 인지상정이었으리라. 그러나 진의록이 지방의 현령들에게 뇌물을 받은 일로 그에게 만회할 세번의 기회를 주지만 조조의 속내를 알 리 없던 진의록은 세번의 기회를 모두 놓치고 내쳐진다.
아무리 사람 일은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다지만 누가 알았으랴. 진의록이 외척 하묘에게 달라붙어 옛주인에게 복수의 칼날을 갈 줄을. 그리고 진의록도 몰랐을 것이다. 그 위세가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임을.
탐관오리를 척결하겠다는 신념으로 제남의 국상으로 부임한 뒤 1년간 상당한 치적을 쌓았으나 조조가 떠난 뒤에는 다시 탐관오리들이 빈자리를 채웠다.
조조는 초야에 그리 오래 있지 않았다. 그의 말과는 달리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높은 자리에 올라 자신의 포부를 넓게 펼치고 싶은 야망이 있었으니.
1억 전이나 주고 태위직을 산 조숭에게 재물을 운반하가 위해 사병을 모은 조조는 탄식한다. "183. 아! 나는 능신이 되고자 하는데 세상이 나를 간웅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
1억 전을 주고 산 조숭의 태위직은 거듭되는 반란으로 위태로워지고 아들 조조의 앞길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 조숭은 스스로 물러난다.
모두들 세상이 어지러운 것을 황제 유굉과 환관들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이 딱하기만 하다. 가혹한 폭정으로 막다른 길에 내몰린 백성들은 끊임없이 난을 일으키고 이들을 진압해야 하는 관군 역시도 백성이었다. 이런 백성의 고통에 귀기울이는 자가 없다.
황상 유굉의 붕어후 하황후와 동태후의 힘겨루는 일단 하진을 따르는 이들의 힘으로 하황후에게 기운다. 그러나 힘이라는 것이, 권력이라는 것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끝없이 움직이니 최후에 웃는 자가 누구일런지는 알 수 없는 법.
동태후와 하황후, 환관과 외척의 권력 싸움에서 모두를 물리치고 권력의 구도를 바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또다른 야심가 원외가 원소를 앞세워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찌 알았으리. 외척도 환관도 모두 제거했지만 동탁의 배신은 계산하지 못했으니.
환관세력에 기대에 가문을 이끌어 오던 조숭은 모든 판을 읽고 있었다. 이래서 연륜은 무시하지 못한다고 하는걸까.
이제 권력은 어디로 움직이게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