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열린책들 세계문학 143
제인 오스틴 지음, 원유경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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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지음) 원유경 (옮김) 열린책들 (펴냄)

고전 읽기에 거의 매번 거론되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로맨스의 환상에 상상의 나래를 펴던 십대에는 소녀소녀한 마음으로 로맨스 소설로 읽었고 십년 후쯤 재독할 때는 제목에 충실하게 '오만한 다시'와 '편견에 사로잡힌 엘리자베스'에게 집중하며 읽었었다. 다시 십 여년이 흘러 읽게 된 <오만과 편견>은 각 커플들과 주변인들의 캐릭터는 통통 튀는 개성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빙리 양의 앞 뒤가 다른 태도와 캐서린 부인의 도를 넘은 무례는 신분을 떠나서 요즘도 흔히 볼 수 있는 부류이다. 사회의 고위층과 지식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선을 넘는 행태를 너무 자주 보아온 터다. 그런 그들에게 잘 보이려 전전 긍긍하는 콜린스, 결혼을 한몫잡는 장사로 여기며 남을 이용하려는 위컴, 금사빠인 리디아와 남일을 소문으로 떠들기 좋아하는 사람들까지 다양하지만 지금의 관점으로 보아도 너무나 현실적인 캐릭터들이다.

특히 베넷 부부는 이 '오만과 편견'을 마치 처음 읽는 듯한 느낌을 줄 만큼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베넷 씨는 매사 아내와 의견이 맞진 않지만 무시하거나 불화를 일으키는 대신 적당한 무관심과 위트를 지닌 남자다. 베넷 부인은 딸 다섯을 키우며 딸들의 결혼이 지상 최대의 과제인 엄마로, 남자가 가진 재력과 지위를 매너이자 인격으로 동일시 해서 보는 속물이면서도 미워할 수는 없는 캐릭터다. 책 속의 시대적인 배경은 여자의 행복이 재력을 갖춘 남자와의 결혼이었다는 점과 그녀가 어리석기는 해도 악의는 없다는 것이 아마도 그 이유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베넷 부인을 바라보는 부끄러움은 왜 엘리자베스와 나의 몫이어야 했던가.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의 사교성이 보통의 사람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말수가 지나치게 없다는 것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오만하다는 평가를 듣기 일쑤인 다시 씨는 만약 그가 지닌 재산과 지위가 아니었다면 그런 평가들을 만회할 기회를 가져볼 수 없었을 것이다. 엘리자베스는 타인을 향한 냉정한 평가가 자신을 지적이고 수준있어 보이게 한다고 여기고 있었던 듯하다. 제인은 빼어나게 아름다운 외모가 아니었다면 모두를 포용하는 그녀의 마음도 우유부단함으로 비춰질 수도 있었을 것이고 신분을 뛰어넘는 결혼이 사회적 관습과 보이지 않는 경계로 어려웠다는 점을 본다면, 빙리의 사랑을 그렇게 쉽게 가질 수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다시의 품성과 사랑이 빛나 보였던 사건은 리디아와 위컴의 도피 행각에 대한 대처였다. 사랑하는 여자의 근심을 덜어주기 위해 금전은 물론이거니와 굴욕과 수치로 여겼던 사람들을 대면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멋지게 비밀로 해결하려는 낭만도 지닌채 말이다.

할 말은 해야 하는 성격의 엘리자베스가 소문 만을 듣고 다시와 엘리자베스의 결혼을 반대하러 온 캐서린 부인의 막말에 요즘 시각으로 봐도 사이다인 발언을 지혜롭게 하는 모습은 내 속이 뻥 뚫릴 지경이었다.

잘못에 대한 부끄러움을 알고 후회할 줄 안다는 것이 다시와 엘리자베스가 다른 인물들과의 두드러진 차이로 보인다.

오만한 다시와 편견으로 그를 바라본 엘리자베스이기도 했지만, '신분의 다름이라는 편견의 시각'으로 엘리자베스를 보고, 냉랭한 다시를 더 차갑게 대한 엘리자베스의 태도 또한 '자신이 그보다 낫다는 오만'은 아니었을까.

근래 읽은 고전들 가운데 유일하게 비극으로 치닫지 않고 해피엔딩 이었던 "오만과 편견". 그래, 역시 로맨스는 해피엔딩이 제맛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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