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0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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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어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민음사 (펴냄)

내게는 이름조차도 낯선 작가, 코맥 매카시.

그의 대표작이라 불리우는 국경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인 "국경을 넘어"이다.

너무 생소했던 작가라 읽기 전에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았더니 그의 작품이 어렵다는 말 일색이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팬이라는 글도 그만큼 많았다. 기대보다는 궁금함으로 읽기 시작했다. 무엇이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그의 매력에 빠져들게 하는가를 알고 싶었다.

본문에 등장하는 인물들간의 대화에 큰 따옴표의 친절함은 없었다. 그런데도 대화는 엉키지 않았고 간결한 대화는 전달력이 강했다. 인물들의 대화가 큰 따옴표로 나와 그들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내 귀가 아닌 가슴에다 대고 말하는 것처럼 가슴에서 울리고 번졌다. 이상했지만 기분좋은 경험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주인공 빌리가 겪어야했던 비극은 몇배나 더 가슴아프게 다가왔다. 열 여섯의 소년이 스무살의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남다른 비극적인 일들은 누구의 잘못인걸까?

보통 사람들이 국경을 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암살과 숙청을 피하기 위한 정치적인 이유와 작게는 개인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어찌되었건 자신의 삶을 한단계 더 높이기 위함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소년이 처음 국경을 넘었던 이유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무리에서 낙오된 새끼를 밴 늑대의 외로움을 읽었던 소년 빌리는 늑대에게 삶을 되돌려주기 위해 국경을 넘었다. 그러나 소년이 알지 못했던 사람의 법은 그에게서 늑대를 빼앗고 새끼를 밴 늑대를 투견장으로 보낸다. 법의 이름으로 강탈하고 보인 행태는 인긴적이지 않다. 그런 늑대에게 소년이 줄 수 있었던 것은 고통을 끝낼 죽음이었다.

고생 끝에 돌아온 집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또다른 비극이다. 이웃집에서 형을 기다리고 있던 동생 보이드는 말했다. 그들이 나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고. 보이드라고 내 이름을 불렀다고.

소설의 앞부분에 잠시 나왔던 떠돌이 인디언이 생각났다. 그 인디언 앞에서 소년이 동생에게 말했었다. 이리 와, 보이드. 가야지.

그 낯선 인디언의 짓이었을까, 그가 자신의 무리들을 데리고 와서 저지른 범죄였을까? 그런거 같다는 의혹을 지울수가 없다.

국경을 넘을 때마다 빌리는 소중한 것들을 잃는다.

그저 잃는다라고 하기에는 처절하리만치 아프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집시 눈먼 남자와 그의 아내 무너진 교회를 지키던 교회지기 등은 하나같이 철학자같은 깨우침을 가진 이들이다.

코맥 매카시가 빌리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세지는 아마도 국경 3부작을 모두 읽어야만 알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가슴에 남는 명대사와 명문장이 넘쳐난다. 철학서적이나 지식서 외에 소설을 읽으면서 이렇게 많은 인덱스를 붙여보기도 무척 오랜만인거 같다.

어렵고 심오하지만 여운이 긴 <국경을 넘어>. 빌리는 또다시 국경을 넘게 될까?

13. 영혼의 고아는 삶이라는 미로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기어이 영원히 돌아 나올 길 없는 고대의 시선이라는 벽 너머로 가 버린 듯했다.

190. 세상은 사람의 마음속에 존재하는대로 보이는 법이라고 했다. 장소가 사람을 품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람이 장소를 품고 있는 것이다.

209. 세상사는세계와 분리되어 존재할 수 없어. 하지만 세계는 세상사에 대해 생각하지 않지.

261. 어찌 되었든 나쁜 지도는 아예 지도가 없는 것보다 더 안 좋다고, 여행자에게 잘못된 자신감을 심어 주어 지도가 없었더라면 믿고 따랐을, 그리하여 큰 도움이 되었을 직관을 쉽게 무시하게 만든다고 했다.

327. 긴 여행은 종종 자기 자신을 잃게 만들지.

393. 많은 것이 변했지요. 하지만 그런데도 모든 것이 그대로죠.

400. 세상이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면 세상을 잃는 것 역시 환상에 지나지 않소.

552. 우리는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이름을 붙이지. 하지만 우리는 이미 길을 잃었기 때문에 이름을 붙이는 거라네.

582. 세계는 매일 새로이 만들어지고, 사라진 껍질에 매달려 새로운 껍질을 하나 더 만들어 내는 것은 오직 인간뿐이기 때문이다.

껍질은 본질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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