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134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대우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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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하)

레프 똘스또이 (지음) | 이대우 (옮김) | 열린책들 (펴냄)

부활(상)에서는 마슬로바와 네흘류도프, 두 사람의 얘기가 중심이 되어 흐르는 것에 비해 (하)에서는 시베리아로 유형을 떠나는 마슬로바를 따라 함께 길을 떠나는 네흘류도프가 느끼는 여러 감정과 생각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억울한 옥살이와 말도 안되는 행정상의 오류들로 인한 수감, 가난과 무지에서 오는 민중의 범죄, 수감자들을 대하는 공무원들의 (기본적인 인간애 마저 배제된) 의무적인 행동 등 답답한 체증을 유발하는 요소가 한가득이다.

젊은 날의 욕망으로 까츄샤를 농락했던 네흘류도프는 그녀에게 용서받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그녀를 찾아가며 청혼을 한다. 창녀로 살아온 세월은 그녀의 순수함을 앗아갔고 네흘류도프를 다시 보게 되며 잠자고 있던 원망은 다시 사랑으로 옮겨간다.

네흘류도프와의 사이에서 생겼던 그 아이가 죽지 않았더라면 까쮸샤의 삶은 달랐을까? 어미로서 가지는 모성애가 좀 더 책임감 있는 삶을 살게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네흘류도프의 반성의 시작에는 자기 도취적인 마음이 아주 없진 않았지만 차츰 시간이 지날수록 반성과 참회의 마음은 진심이 되고 죄책감에 괴로워 한다.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으면서 괴로움에 자기 분열로 망가져가는 고전 속 다른 주인공들과 달리 네흘류도프의 반성은 적극적인 행동을 보인다. 마슬로바의 상고를 위해 열심히 움직이고 그녀와 같은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사람들의 억울함과 가엾은 처지를 개선해 주기 위해 돈과 인맥을 활용하며 기꺼이 희생한다. 한 번 베푼 선행은 입소문을 타고 모두 네흘류도프의 도움을 바란다. 진심이 아니었다면 수고스러운 그 일들을 끝까지 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슬로바 역시 네흘류도프와의 재회 후 변화한다. 아름다운 외모를 이용해 남자들을 이용의 수단으로만 보던 과거와 달리 간호장과의 불미스러운 일을 오해받을까 속상해하고 네흘류도프의 인생을 망치지 않으려 그의 청혼을 거듭 거절한다.

사람들에게 있어 도덕의 기준은 뭘까?

자기가 속한 집단과 사회의 다수가 옳다고 여기며 행하는 것들이 아닐까? 그래서 처음에는 순수했던 까쮸샤가 창녀로 사는동안 부끄러움을 모르고, 네흘류도프 역시도 귀족계급의 타성에 젖어 큰 죄의식없이 방탕한 삶을 살았던게 아니었을까 싶다. 마찬가지로 감옥의 소장과 간수들도 그들 내부의 규칙을 따르느라 편법과 비인간성을 깨닫지 못했던 것일수도.

부활을 직접 읽어보기 전까지는 단순히 마슬로바와 네흘류도프의 사랑과 참회의 얘기가 전부인 줄 알았다. 레프 똘스또이가 인생의 전환점을 지나 노년에 쓴 작품이어서 그런지 후반부로 갈수록 종교적인 그의 사상이 많이 녹아있다.

민중의 가난과 무지가 민중의 탓이 아니라 소수에 집중된 부에서 비롯된 계급사회의 문제라는 지적과 공무를 집행하는 공무원들의 인간애가 결여된 의무, 종교적 신념 등은 네흘류도프의 생각과 입을 빌어 레프 똘스또이가 하고 싶었던 말이었는지 모른다.

사랑을 위해 희생하려던 네흘류도프. 그리고 사랑을 위해 그 희생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까츄샤. 사랑은 희생 위에서만 완성되어야 하는가...

타락했던 그들의 영혼은 희생과 사랑으로 부활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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