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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 상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13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대우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7월
평점 :
부활 (상)
레프 똘스또이 (지음) | 이대우 (옮김) | 열린책들 (펴냄)
<부활>은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과 함께 거론되는 일이 잦은 작품이다. "죄와 벌"은 아직 읽지 못했고 <부활>은 이번에 처음 읽었다. 똘스또이의 전작 "안나 까레니나"는 읽었지만 그 작품과 분위기는 다르다. 방탕하게 살던 젊은날과 다른 노년의 삶이 <부활>에 영향을 끼친것으로 보여진다.
부활은 꺄쮸샤와 네흘류도프, 두 사람의 이야기가 중심 축이 되어 흐른다.
순수했던 까쮸샤가 네흘류도프 공작에게 범해지고 버려지면서 창녀 마슬로바로 타락해가는 과정과 역시 순수했고 정직하며 희생 정신이 강했던 네흘류도프가 자신보다 타인을 신뢰하게 되고 같은 계급과 부류의 이들과 어울리게 되면서 타락해가는 과정 중 우연히 보게 된 까쮸샤를 통해 회개하려는 이야기가 상권에서 펼쳐진다.
젖도 못 먹고 죽을 수도 있었던 어린 생명이던 까쮸샤를 양녀로 들였던 이바노브나 지주 자매는 임신으로 배가 불러오던 그녀를 내친다. 십여년을 한지붕 아래에서 살아왔던 정이 필요가 불필요로 변하자 매몰차게 버린 것이다.
마슬로바를 대하는 네흘류도프의 마음은 두 가지 감정 사이에서 오가기를 반복한다. 너무나 변해버린 그녀를 바라보는 것은 죄책감으로 괴롭지만 그런 죄책감을 느끼는 자신에게 감동하며 창녀인 그녀와 결혼하는 것으로 용서를 구하려 한다.
살인죄로 기소된 마슬로바를 재판부도 배심윈단도 살해의도는 없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절차상의 실수로 <유죄이나 살해할 의도는 없었음>이라는 한 줄을 답변서에 붙이지 못해 그녀는 유형에 처해진다. 절차상의 실수 아닌 실수, 법의 구멍은 가진것이 없는 자와 신분이 미천한 자들에게 유독 융통성도 관용도 없다.
마슬로바가 수감된 감옥에는 짓지 않은 죄로 잡혀있거나 정당방위의 이들이 많고도 많았다. 의붓딸을 겁간한 남편을 죽인 죄로 들어온 노파, 불이 날 때 있지도 않았는데 방화범으로 몰린 모자, 증명서가 기한이 넘었다는 이유로 감금된 자들 등 진실에 귀기울이는 사람은 없고 모두 절차와 과실만을 탓하며 바로잡을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똘스또이가 부활을 통해 전하고 싶은 것은 뿌리깊은 계급사회와 사회적 병폐가 아닌가 싶다. 지주 자매의 집에서 쫒겨나 하녀로 일하며 살아보려던 까츄샤가 결국 매춘의 길을 갈 수 밖에 없었던 사회적 구조는 그 시대 민중의 현실이기도 하다.
창녀라는 처지는 수치스러워하지 않으면서 죄수라는 처지는 수치스러워하는 까쮸샤를 일반적인 시선으로 본다면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같은 부류들과 지내다보면 가치관과 도덕관이 그 집단내의 기준으로 형성된다는 것을 본다면 모든 것을 그녀 탓으로만 돌릴수는 없다.
자꾸만 찾아오는 네흘류도프로 인해 묻어두었던 상처가 다시 깨어나며 원망도 분노도 다시 일어난다. 네흘류도프가 회개하려는 것처럼 마슬로바도 순수했던 영혼으로 회귀할 수 있을까? 그 어느 때보다 하권이 궁금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