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토 에코 특별판 박스 세트 - 전2권 -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지음, 박종대.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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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지음) |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펴냄)

[움베르토 에코 특별판] 2권의 세트 도서 중 먼저 읽었던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에 비해 좀 더 진지한 주제들로 대화를 풀어내고 있다.

세상을 미쳤다고 표현한 것도 모자라 이해하는 척이라니. 그런데 세상을 온전히 이해한다는게 가능하기는 할까?

살아가면서 누구나 비슷한 고민과 생각을 한번씩은 해보지 않았을까? 정답이 없거나 너무 많은 답을 가진 질문은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든다. 각자가 많은 고민과 생각을 거듭한 끝에 내린 결론이나 답은 당연히 다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와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규정하고 인정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서 공격하는 이들이 있다. 정치, 종교, 인종 문제 등의 거창한 문제를 비롯해서 책 한권을 읽고 조용히 남긴 감상문 한 편에도 자신과 반대 입장을 보였다는 이유만으로 인신공격과 비하를 서슴지 않는 일부 도를 넘은 인터넷 상의 언어 전쟁도 그러하다. 철학과 주관이 아닌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가 마치 의견의 다양성이라도 된다는 듯이.

여러 주제에 대해 칼럼처럼 씌여졌지만 유머를 장착해선지 어렵지 않게 읽어 내려갔다. 공감가는 주제들에는 나의 입장에서 주관적인 해석을 하게 된다. 몇 가지 관심있게 보았던 주제들을 열거하자면, (사생활의 보호에 대해 얘기하며) 보호받아야할 사생활은 타인의 사생활도 보장해주는 것이어야 한다던지, 영웅이라고 불리는 많은 사람들은 그저 정직하고 용감하게 자신의 의무를 다한 사람일 뿐 영웅이라고 과장할 것은 아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들이 영웅으로 불리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핸드폰 증후군. 너무 많이 듣고 보아서 모두가 잘 아는 주제다. 그런데도 여전히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노예가 되고 핸드폰 좀비가 되어간다. 이용하는 게 아니라 조종당하는 삶이 되어버린 것만 같다.

소비의 행태가 대상의 소유 자체보다는 걷잡을 수 없는 구매 충동이 목표라는 얘기는 주변에서도 쉽게 접하는 사례이기에 이해가 된다.

좋아하는 것은 없지만 싫어하는 것은 있고, 원하는 것은 없지만 원하지 않는 것은 있다는 모순처럼 들리는 얘기에도 공감이 된다.

철학과 종교를 다루는 부분에서도 움베르토 에코의 주장에 강하게 동의하고 싶은 대목이 많았다.

종교는 민감한 주제다. 그 종교로 인해 전쟁도 불사하니 말이다. 거의 모든 종교가 사랑과 평화, 용서와 믿음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본다면 아이러니이지만. 내 종교는 존중 받길 원하면서 타인의 종교는 무시하거나 조롱하는 사람들이 있다. 존중받고 싶은 만큼 타인의 생각과 종교 등을 존중해주는게 그렇게도 어려운 일일까?

인터넷이 생활에 깊이 들어오며 정보의 양과 속도는 엄청나게 많아지고 빨라졌다. 그 중 의도하지 않았던 가짜와 의도된 가짜도 진짜인 척 섞여있다. 남의 생각을 제 생각인 양 앵무새처럼 떠들면서 알맹이는 쏙 빠진채 목소리만 높이는 자들도 있다.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고 그 깊이도 헤아릴 수 있는 안목과 깊이를 가져야 할 때다.

20 세기를 대표하는 기호학자이자 미학자, 그리고 세계적 인기를 누린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를 설명하는 이런 수식어에 철학자라는 말을 덧붙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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