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 황홀경과 광기를 동반한 드라큘라의 키스
브램 스토커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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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브램 스토커 (지음) |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펴냄)

매년 여름이면 더위를 잊게 해 줄 공포물이 인기다. 나라마다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괴담과 전설, 죽은 존재들의 이야기가 있다. 그 중에서도 <드라큘라>는 이제 별 거부감이나 이질감 없이 영화와 소설, 드라마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소재다. 오히려 너무 많은 외전과 외전의 외전 그리고 원작의 재해석과 새로운 스토리로 원작을 알기 어려웠다. 원작의 내용을 알고 읽을 때는 복선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지만 결말을 모르고 읽는 소설은 (특히나 스릴러나 공포 소설인 경우) 긴장을 내려 놓을 수 없는 조마조마함의 묘미가 있다. 원작을 읽어본 적이 없었던 드라큘라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눈을 뗄 수 없는 궁금증과 주인공들에 대한 응원이 가득했다.

미나의 이름은 동명의 영화에서 드라큘라가 동반자로 삼고 싶어히는 여인으로 본적이 있다. 브램 스토커의 원작에서도 미나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려고 하지만 동반자의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미나의 친구 루시에 대한 부분이 의외로 많아 소설의 중반부를 훌쩍 넘긴다. 루시와 정신병원의 렌필드를 통해 드라큘라의 능력과 한계를 보여주고, 반 헬싱 박사와 루시를 사랑했던 세 남자 존 수어드와 아서와 모리스 그리고 조나단과 미나 부부를 한 팀으로 만드는 자연스러운 전개를 보인다. 부끄럽지만 원작에서도 반 헬싱이 등장한다는 것은 몰랐다.

죽지 않는 존재가 된 루시의 영혼을 평화롭게 잠재우기 위해 육신을 다시 한 번 죽여야 하는 잔인하고도 고통스러운 의식은 약혼자인 아서가 맡았다. 사랑하는 이의 손에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맞거나 영원한 안식을 얻는다는 설정은 뻔하지만 수긍할 수 밖에 없다. 요즘 드라마에서도 자주 등장하지 않는가? "당신 손에 죽는다면 행복하겠어요"라고.

드라큘라를 없애기 위해 모인 다섯 남자를 지지하고 큰 도움을 주던 미나 마저 드라큘라에게 물리자 이들의 결속력은 더욱 커지고 복수심과 정의감은 그 어느 때보다도 단단해진다. 이런 와중에 보이는 미나의 모습이 당차다. 보통 고전에서 보이는 여주인공들의 캐릭터는 '사랑밖에 난 몰라'가 주류임에 반해 드라큘라의 미나는 여성의 섬세함으로 다섯 남자가 생각하지 못하는 디테일을 챙기며 드라큘라의 추적에 일조한다. 더구나 본인이 드라큘라에게 물려 의식이 제어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선'을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이 대단해 보인다. 비탄에 빠져 절망감에 젖어 있는 대신 끝까지 싸우려는 의지가 인간이 가진 희망이 아닌가 싶다.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공포물임에도 고전은 고전이다. 죽음과 피가 주 소재이면서도 피비린내의 잔인함보다는 점잖게 공포 분위기를 유도한다. 드라큘라의 잔인함보다 미나의 강인함과 남자들의 우정과 사랑, 정의감이 돋보였다. 드라큘라를 쫒는 마지막 추격에서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미나를 데리고 드라큘라의 본거지인 성으로 가는 반 헬싱의 선택은 가장 큰 어른이 보여주는 희생이지 않았을까. 세상은 모르는 어둠의 전쟁을 치루며 결국 모리스의 죽음이라는 아픔은 남았지만 그의 이름을 딴 하커 부부의 아이를 통해 계속되는 희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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