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토 에코 특별판 박스 세트 - 전2권 -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지음, 박종대.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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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지음) |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펴냄)

"20세기를 대표하는 기호학자이자 미학자, 그리고 세계적 인기를 누린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의 이름 앞에 수식어처럼 따라다니는 설명이다.

수도원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장미의 이름>, 프리메이슨의 기원인 성전 기사단의 비밀을 둘러싼 <푸코의 진자>와 비교해 본다면 같은 작가가 쓴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다.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진자'가 무거운 주제로 시종일관 무겁게 이야기를 끌고 나간 반면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은 익살과 유머로 독자를 이끈다.

4개의 큰 단원 "실용 처세법,성조기, 카코페디아 발췌 항목, 내 고향 알렉산드리아"로 나누어 수록된 각기 다른 소주제들은 제목만 보아도 그 엉뚱함에 웃음이 난다.

초반부에서는 비교적 가볍게 시작한다. 발상의 전환이라고나 할까? (불편을 인지하지도 못한채)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쳐버리는 불편함에 대해 어쩜 저렇게 "맞아 맞아"하고 동의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지, 움베르토 에코의 예리한 관찰력과 다면적인 생각에 감탄을 하게 된다. 일상을 남다른 시각으로 보는 능력이 그를 지금의 움베르토 에코로 만들지 않았나 싶다.

과학의 발전으로 신기하고 편리한 상품들의 광고를 보고 있노라면 꼭 필요하겠다 내지는 있으면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런데 움베르토 에코의 얘기를 듣고 있으니 '아차, 내가 속았구나' 하는 깨달음이 온다. 예를 들면 조깅 중 심장에 무리가 오면 경보음이 울리는 심장 박동기. 에코는 말한다. 뛰다가 숨차면 그냥 멈추라고! 명쾌하다.

페이지를 넘기며 뒤로 갈수록 일상에서 조금씩 무거운 주제로 옮겨간다. 행정절차, 교수형의 찬반, 섹스, 전자기기의 무분별한 사용, 정치, 작가의 사생활 등 평소 움베르토 에코가 가져온 생각들과 만나며 위트있게 꼬집고 비튼다. 그러나 이런 비틈이 불편하지 않고, 그가 저속하다거나 얄밉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기업의 상술에 놀아나고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진짜 바쁘고 능력있는 사람은 끊임없이 전화 통화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늘 회의 중이라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사람이거나 대신 전화를 받아주는 사람이 있는 사람이라니. 신기술의 혜택이 "누구에게나" 제공되기 시작하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대목도 납득이 간다. 자동차가 보편화된 지금 우리는 그 자동차로 빨리 가는 대신 체증을 더 많이 만들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같지만 정작 움베르토 에코는 화내지 않는 거 같다. 발상의 전환을 하라고, 모든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자극하는 것 같다. 책을 시작하는 것은 작가이지만 완성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책 만큼 다양한 완성작이 나오기도 쉽지 않을 듯하다. 유머가 가득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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