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생거 수도원 시공 제인 오스틴 전집
제인 오스틴 지음, 최인자 옮김 / 시공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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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생거 수도원

제인 오스틴 (지음) | 최인자 (옮김) | 시공사 (펴냄)

제인 오스틴 사후 200주년을 기념한 국내 최초의 전집. 초판이 나오고 몇 년이 지났지만 이 분홍빛의 금장 꽃그림 시리즈는 여전히 소장욕구를 자극하는 베스트셀러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이라면 그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오만과 편견'만을 여러번 읽었을 뿐이다.

로맨스 소설의 고전은 현대판 멜로와 얼만큼 다를까? 시대가 변해오며 여성의 지위와 신분이 달라져 온 만큼 사랑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져왔다. 선택의 권리는 없고 오직 거절의 권리만 가졌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남성보다 더 적극적인 구애도 흠이 되지 않는 시대다.

감성 풍부한 십대 때 읽었었다면 분명 열일곱 살 캐서린의 우정과 사랑에만 집중해서 읽었을 테지만 인생 중반을 살아가는 지금 <노생거 수도원>을 읽으니 캐서린의 주변 인물들에게도 눈이 간다.

여자들은 작은 마을 밖으로 나갈 일이 없었던 시대. 캐서린은 요양 차 바스로 떠나는 앨런 부부를 따라 풀러튼을 떠난다. 바스에서 새로 사귄 친구 이사벨라와 단짝처럼 붙어다니지만 초반부터 그녀의 행동거지가 이상하다. 남자들의 눈을 과도하게 의식한다고나 할까? 눈에 띄는 외모로 인기가 많은 이사벨라지만 겉과 속이 늘 같을 수는 없다는 진리를 일깨우는 캐릭터다. 캐서린이 틸니 양과 가까워지자 자신과 먼저 친해지지 않았냐며 캐서린을 비난하고 데이트에 들러리로 동행하기를 강요하는 등 자기밖에 모르는 행동을 보인다. 이사벨라의 오빠 존 소프도 고구마 백만 개의 캐릭터이기는 마찬가지다.(누가 남매아니랄까봐, 이래서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는가?)

소설을 대하는 태도에서 부터 존 소프와 헨리 틸니의 차이가 보인다. 소설 따위는 읽지 않는다며 오로지 말과 마차로 과시욕 뿐인 존 소프는 상대의 얘기를 자기가 듣고 싶은대로만 듣는 신기한 재주도 가졌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기는 남매가 똑닮은 모습이다.

신분 상승과 부를 거머쥘 기회로 결혼을 생각하는 이사벨라는 제임스에서 프레더릭 틸니 대위로의 환승에 실패하고 다시 제임스에게 돌아가려는 뻔뻔함을 보였다. 요샛말로 '취집'이라고 하던데. 제임스의 입장에서는 예쁜 얼굴만 보고 빠진 사랑에 비싼 수업료를 낸 셈이지만 오히려 결혼까지 가지 않았음을 훗날 가슴 쓸어내리며 다행이라 여기지 않을까.

캐서린은 틸니 가족과 돈독해지며 노생거 수도원으로 초대되어 간다. 호의를 보이며 친절하게 대해주던 틸니 장군은 돌변하며 그녀를 쫒아내다시피 돌려보낸다. 그 이유의 시작과 끝에 존 소프가 있긴 했지만 한 집안의 최고 어른으로서 캐서린의 사람됨 보다는 집안의 재산에 따라 그녀를 평가하고 대한 것은 존 소프와 별차이 없는 속물로 보일 뿐이다. 캐서린이 가난하다는 것을 알고도(사실은 그렇지 않았지만) 그녀에게 청혼하는 헨리 틸니가 사실은 가난한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다시 친절해진 틸니 장군의 아들이라는게 신기할 지경이다.

가부장적인 틸니 장군, 캐서린 가족의 따뜻하고 포용적인 분위기, 규율없이 선 넘는 관용의 소프 부인의 양육 등이 그 자녀들의 성격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앨런 부부를 따라나선 바스에서 만난 새로운 인연들이 캐서린의 식견과 관계에 대한 시야를 넓혀 주었을 것이다.

고인물은 썩게 마련이듯 관계도 장소도 때로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자극을 받으며 넓히는게 좋지 않을까? 혹시 알아? 캐서린처럼 그 곳에서 운명의 반쪽을 만나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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