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거스미스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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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거 스미스

세라 워터스 (지음) |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펴냄)

어릴 적 기억 중에 한 두 번씩은 그런 기억이 있지 않을까? 선물로 받게 된 '종합선물 과자세트'에서 가장 좋아하거나 맛있어 보이는 과자를 제일 나중까지 미뤄 놓으며 아껴 먹던 기억이.

<핑거 스미스>는 세라 워터스의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중 가장 기대했기에 가장 마지막으로 펼친 책이다. 이미 십여 년전 쯤에 영드로 보았고 얼마전 박찬욱의 '아가씨'까지 영화로 보았기 때문에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결정적인 사건과 속임수가 나올 때마다 마음속으로 '안돼~!!'를 외치며 책장을 넘겼다.

'올리버 트위스트'와 '위대한 유산'의 영향을 받았다는 작가의 말처럼 시대적 배경이나 몇 몇 등장 인물의 개성은 유사함을 보이고 있지만, 단순한 흉내내기를 뛰어넘는 세라 워터스의 소설은 소재와 주제의 파격이외에도 분명한 매력이 있다.

사랑과 배신, 출생의 비밀은 통속적인 소재이지만 막장과 작품의 경계를 구분짓는 것이 작가의 능력이 아닐까 싶다.

비밀.

수의 비밀, 모드의 비밀, 석스비 부인의 비밀. 그리고 이 세 사람의 비밀에는 공통집합처럼 젠틀먼이라 불리는 남자 리버스가 있다. 세 사람 각자 자기가 가진 비밀이 유일하다고 철썩같이 믿으면서...

자유를 갈망했던 모드는 겉모습은 숙녀로 자랐지만 집안의 하인들에게 마저도 무시당하며 삼촌의 곁에서 정신적인 노예의 삶을 살았다. 모드가 원했던 것은 재산보다 자유였다.

엄마가 교수형을 당한 살인자라고 믿으며 자라온 수전은 대가없이 딸처럼 자신을 키워준 석스비 부인을 위해 한 몫 잡기 위한 사기극에 뛰어든다. 돌아갈 곳이 석스비 부인 뿐이었던 수전이 모든 진실을 알게 되고 진실이라 믿었던 그간의 삶이 송두리째 뒤집혀버렸을 때의 충격은 감히 상상조차도 할 수가 없다.

각자 어린 딸을 가진 두 엄마는 궁지에 몰린 순간에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최선이라 믿는 결정을 했다. 그 선택은 오랜 시간이 지나 너무 비싼 대가를 치루며 비극으로 치닫는다.

돈을 쫒았던 젠틀먼은 돈을 쥐어보지도 못한채 죽음을 맞아야 했고, 어린 딸의 삶이 자신들이 살아온 삶과는 다르기를 소원했던 두 엄마는 엄마로서의 권리와 애정도 포기해야 했다. 석스비 부인이 마지막에 했던 행동은 그간 자신이 곁에서 지켜주지 못했던 딸에 대한 마지막 모성이었고 속죄였을 것이다.

모드는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브라이어로 돌아간다. 스스로에게 주는 형벌이었을까?

모드와 수가 서로에게 느끼는 애정은 애로틱한 사랑이기 보다는 둘로 나뉠 수 없는 샴쌍둥이 같은 얽혀버린 운명이지 않았나 싶다. 자신들의 삶과는 다른 인생을 살기를 바랬던 모드와 수의 엄마는 자신들의 딸에게 주고 싶었던 삶을 주어 살게 했다. 그렇게하면 행복해질 수 있으리라, 최소한 불행하지는 않으리라 믿으며. 그러나 뒤바뀐 삶에서도 모드와 수는 행복하지 않았다.

자신이 진짜 누구인지 모른채 타인의 인생을 살아온 두 여자, 모드와 수. 이제 둘이 함께 나아갈 인생에서 그녀들은 행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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