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아이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 내로라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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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아이

루시모드 몽고메리 (지음) | 차영지 (옮김) | 내로라 (펴냄)

단편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닌 내가 유일하게 고대하는 단편 시리즈가 있다.바로 '월간 내로라'의 단편집이다. 단편과 장편, 어느 작품인들 작가의 창작의 고통이 스며들지 않는 작품이야 있겠는가마는 집중해서 읽을만하면 끝이 나버리는 단편을 읽고서는 짧은 식견에 작가의 의중을 헤아리고 짚어보기 어려운 까닭이다.

"단숨에 읽고 깊어지자" 매 월 책표지 날개 안쪽에 씌여진 내로라의 편집의도는 단편을 기피하는 내게도 울림을 준다. 짧은 단편이지만 책장을 덮고도 이어지는 여운은 어느 장편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이번 작품은 루시모드 몽고메리의 <꿈의 아이>다. 사춘기 시절 '그린 게이블즈의 빨강머리 앤 셜리'를 사랑해보지 않은 소녀가 거의 없을 정도로 유명한 바로 그 작품의 작가다. 그래서일까? 공간적 배경도 에이번리로 나온다.

첫 장을 넘기자마자 탄성이 나온다. 봄을 표현한 문장의 아름다움은 한 줄 한 줄마다 꽃향기를 뿜는 듯하다.

저 멀리서 다가오는 부활의 신은 손가락을 반짝이며 묘지의 문을 두드리고, 겨울 무덤 아래 잠든 세상의 모든 생명을 불러일으킨다.(중략) 피조물이 즐거워하는 모습에 아기 천사가 손뼉을 치는, 봄은 그런 경이로운 탄생의 계절인 것이다.

그렇게 아름다운 날, 행복한 날들 보다 더한 아름다움과 행복을 가진 것만 같더니 아이를 떠나보낸 조세핀과 데이비드의 나날은 고통 뿐이다. 짐작해보고 싶지도 않은 슬픔이다.

엄마를 애타게 부르는 환청이 들리고, 그 소리를 행여라도 놓칠까 잠 못 이루는 어미의 심정을 알것도 같다. 자식은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하던데, 차마 가슴에도 묻지 못한 조세핀은 아이의 환청을 따라 아이를 찾아헤매고 그런 조세핀을 바라보아야 하는 데이비드에게 기적이 찾아든다.

꿈처럼 잡히지 않는 아이는 딱 20개월을 살다 갔지만 꿈이 아닌 현실의 아이를 엄마에게 인도했다. 인도했다고 믿고 싶다.

아내는 아이가 누구이고 어디에서 온 건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바다가 준 선물이며 꿈의 아이가 인도하여 우리에게 온 것이라 굳게 믿었다.

아이를 잃은 부모와 부모를 잃은 아이.

이들의 만남이 기적이 아니라면 무엇이 기적일까!

혹시나 비극으로 끝나면 어쩌나 맘 졸이며 넘기던 책장은 소설의 마지막 장을 안도하며 덮었다.

초록지붕의 앤 셜리를 만든 작가였어. 역시~!!

사람에게서 희망을 본다.

상실의 경험을 견뎌내는 방법은 자신의 경험에서 찾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이지 않을까?

상실을 경험한 적이 있나요?

어떻게 견뎌냈나요?

현실 도피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도피처를 가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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