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림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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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세라 워터스 (지음) |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펴냄)

세라 워터스의 <핑거 스미스, 티핑 더 벨벳, 끌림> 이 세 권을 "빅토리아 시대 3부작"이라 일컫는다.이 세 작품 중 활자로 만났던 작품은 없다. 30 여년전 티비에서 우연히 보게 된 영드 '핑거 스미스'가 굉장히 강렬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몇년 전 '핑거 스미스'를 원작으로 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지만 원작에서 모티브만 가져왔을 뿐 내 눈에는 '핑거 스미스'가 아닌 그냥 박찬욱의 '아가씨'로만 보였다. 감독의 재해석은 박찬욱만의 아가씨로 재탄생한 것 같았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를 통해 원작을 읽고 싶다는 잠자던 기억이 깨어났고 세라 워터스의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중 <끌림>을 먼저 시작했다.

<끌림>은 처음부터 끝까지 마거릿 프라이어와 셀리나 도스의 일기가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특이한 점은 두 사람의 일기의 시기가 2년 정도의 시간차를 보인다는 점이다. 마거릿의 일기는 밀뱅크 감옥을 방문하며 셀리나를 만나게 된 무렵에서 시작되고 셀리나의 일기는 그로부터 2년 전에서 시작되어 밀뱅크에 수감되기 전까지의 일기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세상을 버리려 했던 마거릿은 어머니에게 발견되어 그녀가 원치않는 구조를 받았다. 아빠가 있는 하늘나라에서 눈을 뜨고 싶었지만 다시 지옥으로 끌어내려져 눈을 뜬 것이다. 사랑했던 헬렌은 그녀를 버리고 그녀의 남동생과 결혼을 했다. 마거릿의 모든 일상은 어머니의 감시와 지시에 따라야하는 구속받는 삶이었다. 신체의 자유가 별 의미없는 정신의 구속은 밀뱅크에 수감되어 신체의 자유는 없지만 영혼들을 통해 자유로운 정신을 소유한 셀리나를 동경하고 사랑하게 된다. 제목 그대로 '끌림'을 당한 것이다. 당했다는 말 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소설의 초중반을 넘어 후반부에 이르기까지 셀리나의 강신술과 마거릿과의 은밀한 비밀 연애같은 스토리가 전개되지만 마지막 몇 페이지에서 보여주는 반전은 '그 앞까지의 내용을 내가 너무 무성의하게 읽었나?'하는 반성이 들게 할 정도로 소름돋았다.

잊지마, 네가 누구 여자인지를.

끌림 본문 중에서

셀리나에겐 정말 영매의 능력이 있었던 걸까? 누군가의 아픔이 다른 누군가에겐 약점으로 보여 악의의 기회가 된다는 것은 슬픔을 넘어 선 고통이다. 세상으로부터 편견과 차별 때로는 공포의 대상인 영매로서의 삶을 살아온 셀리나. 셀리나를 소유했던 피터 퀵의 존재는 사람들의 호기심과 공포심을 이용하려던 셀리나가 앞세운 허구의 존재인지도 모른다.

끌림 속 등장인물들 중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인다. 밀뱅크에 갇힌 수감자들은 자신들이 지은 죄나 사회의 편견으로 부터 그러하고, 밀뱅크의 간수들도 그 안에서 수감자들과 별다를 것 없는 삶을 살아간다. 마거릿을 사랑했지만 결국 평범한 결혼을 선택했던 헬렌도 자신의 본능을 억눌렀고 마거릿의 엄마는 타인들의 시선과 평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동성의 사랑에 대한 감정보다는 본능과 자유의 갈망이 더 많이 보여지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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