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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쉽게 풀어 쓴 신곡 (양장) ㅣ 알기 쉽게 풀어 쓴 신곡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이종권 옮김, 구스타브 도레 그림 / 아름다운날 / 2015년 12월
평점 :
알기 쉽게 풀어 쓴 신곡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 이종권 (편역) | 아름다운날 (펴냄)
이십 년전 호기롭게 읽기 시작했던 신곡. 읽던 책은 끝을 내고야 말겠다는 오기를 부리며 지옥편을 지나 연옥편을 읽다가 덮어버린 기억이 있다. 너무나 어렵고 힘들었었던 기억이라 다시 읽어보겠다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아름다운 날"에서 나온 <알기 쉽게 풀어 쓴 신곡>을 만나기 전까지는.
알기 쉽게 풀어 써도 신곡은 신곡이지 않을까?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던 재시도였다. 지옥 34곡, 연옥 33곡, 천국 34곡, 총 100곡으로 이루어진 신곡은 단테가 13년에 걸쳐 집필한 대작이다. 장대한 서사시인 신곡을 소설의 형태로 구성한 '알기 쉽게 풀어 쓴 신곡'은 정말로 읽기 쉬웠다.
하느님을 찬양하는 글들이 많이 보이지만 작품 곳곳에 교황을 비롯한 성직자들에 대한 비판이 있다. 종교와 사회비판, 로마제국의 역사 등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있다. 종교와 역사, 철학과 윤리학 등 단테의 방대한 지식을 그 기본으로 하고 있으니 작품 만큼이나 단테도 대단해 보인다.
베르길리우스의 인도로 시작된 단테의 지옥 견문.
"개똥 밭에 굴러도 저승보단 이승이 낫다"는 속담처럼 서양에서도 죽음은 공포의 대상이었던걸까?
귀스타프 도레의 삽화에서 전해지는 지옥의 느낌은 괴기와 공포 그 자체다.
'지옥편 제13곡'에서는 자살을 한 망령들에 대해 나온다. 자살을 금기시하는 종교적인 문화의 영향이 크게 느껴진다. 피를 흘리는 나무가 되거나 피에 굶주린 들개들에게 사지가 찢기는 고통을 당하는 벌을 받는다.
살아생전 어떤 인생을 살았던지간에 자살이라는 선택은 용서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때에도 지금에도.
지은 죄에 따라 각기 다른 벌을 받는 죄인들. 죄만큼이나 지옥의 모습도 다양하다.
지옥을 두려워해서 죄를 짓지 않으려기 보다는 양심이 있다면 그 양심으로 인해 괴로운 것 또한 지옥일 것이다.
양심이 없는 자들은 결국 사후의 지옥이 답인걸까?
단테는 종교 자체가 면죄는 아니라는 교훈을 주고 싶었던 것 같다.
교황조차도 탐욕의 죄앞에선 지옥행을 피하지 못함을 보여준다. 죄짓지 않으며 살려 노력하지만 쉽지 않은, 아니 불가능한 일.
지옥과 연옥에 대해 이토록 자세히 묘사한 단테는 죄를 짓지 않았을까? 그의 사후는 진짜 구원받았을까?
내면을 가꾸고 채우지 못한 일부의 사람들은 축척한 부와 권력, 지위나 직업을 자신과 동일시하며, "사람 아래 사람 없다"는 말이 무색하게 타인을 대한다. 탐욕에 눈 먼 자들은 어느 시대, 어느 지역을 망라하고 존재해 왔다.
베아트리체가 단테를 인도하고 싶었던 것은 천국이었지만 나는 지옥이 가장 인상깊게 남았다. 아마도 현실과 가장 닮은 모습이어서 일까?
스물 넷에 요절했다는 단테의 첫사랑 베아트리체.
그녀를 잊지 못해 평생을 그리워하며 숭배와 찬양하는 남편 단테를 바라봐야하는 아내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넓은 세상을 보고 박학다식했지만 곁의 사람은 제대로 보아주지 않은 단테는 죽음 후 어디로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