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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 댄스
앤 타일러 지음, 장선하 옮김 / 미래지향 / 2019년 11월
평점 :
클락댄스
앤 타일러 (지음) | 장선하 (옮김) | 미래지향 (펴냄)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까지 오른 적이 있다는 작가 앤 타일러의 소설이다. 열한 번째 소설 '종이시계'로 퓰리처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 <클락댄스>를 다 읽고 나니 '종이시계'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앤 타일러의 소설은 <클락댄스>밖에 읽어보지 못했지만 작품에서 풍기는 향기는 '마거릿 애트우트'의 소설들과 비슷하다. 페미니즘이 깔려있지만 억지스럽지 않고 불편하지 않다.
엄마의 가출로 시작되는 열 한살 윌라의 인생을 십 년, 이십 년을 건너 뛰며 얘기한다.
감정기복이 심했던 엄마는 평소에는 다정했지만 어쩌다 불같이 화를 내는 순간에는 한번씩 폭력을 쓰기도 했다. 아내를 사랑하는 아빠는 그런 폭력에서 적극적으로 아이들을 지켜주지 않았다. 동생을 챙겨야했던 윌라가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 수 없었던 이유였고 동생 일레인이 가족과 동떨어진 자기주도적 삶을 살았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스물 한살. 사랑하니까 결혼해야 한다는 데릭은 적극적이다 못해 일방통행이기까지 하다. 자신의 취업때문에 윌라는 학교를 옮겨야했고 출산때문에 학교를 끝마치지 못했다. (데릭은 희생과 양보를 당연하게 강요하면서도 오히려 윌라가 배려심없는 사람으로 보이게 만든다.) 당사자인 윌라의 입장만이 철저하게 배제되었다.
윌라의 집으로 처음 데릭을 인사시키러 가던 여행에서 윌라에게 벌어졌던 다소 충격적인 협박사건을 대하는 데릭과 가족들의 반응은 더 놀랍고 충격적이다. 오히려 이때만큼은 엄마만이 제정신같아 보인다.
우연히 데릭 본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윌라를 위기에서 구해주게 된 결과는 윌라가 데릭을 믿음직스럽고 황홀하게 만들었다.
자기중심적인 데릭은 보복운전을 하다가 젊은 나이로 숨진다. 세월은 그로부터 20년이 지나고 윌라의 두 아들도 각자의 삶을 산다. 열 살넘게 연상인 피터와 재혼해서 제 2의 삶을 살아가나 싶지만 역시나 피터의 눈치를 보고 그의 뜻대로 사는 삶이다. 그런 그녀에게 뜻밖에 걸려온 전화 한통은 그녀의 삶을 바꾸게 된다.
가족과는 단 한번도 가족같지 않게 살아왔는데 완벽한 타인들 속에서 그녀는 따뜻한 인사와 배려를 받으며 그녀 자신이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 소비되는 사람이 아닌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서 말이다.
아홉살 딸 셰릴을 키우는 드니즈가 윌라를 향해 하는 말은 날이 선 듯 날카롭지만 그 누구의 어느 말보다 애정이 깃들어 있다.
252. 왜 그냥 바라기만 해요? 왜 우유부단하게 망설이기만 하세요? 왜 모든 일에 정면으로 나서지 않고 한 걸음 물러서 있는 거에요?
같이 돌아가자는 피터에게 남겠다고 자기 목소리를 내고, 데리러 와주지 않는 피터에게 혼자 알아서 갈 수 있다고 말하는 윌라의 목소리에 주눅 대신 자신감이 넘친다.
언젠가 셰릴과 드니즈를 만나러 혼자서 여행길에 오를 윌라의 가벼운 발걸음이 기대된다.
*출판사 미래지향의 지원도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