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와의 정원
오가와 이토 지음, 박우주 옮김 / 달로와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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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와의 정원

오가와 이토 (지음) | 박우주 (옮김) | 달로와 (펴냄)

하....

이 먹먹함을, 이 애잔함을. 그럼에도 슬프지 않아 다행이면서도 복잡한 감정이 든다.

잔잔하게 흐르는 듯한 얘기지만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충분히 오랫동안 뉴스에 오르내리며 화제가 되었을 눈먼 소녀의 이야기.

아빠없이 엄마 혼자 기르는 소녀 토와. 엄마의 이름과 토와의 이름을 붙이면 '영원한 사랑'이 된다는 아름다운 얘기를 들려주며 너무나 이쁘게 사랑을 표현하고 이어가는 모성애가 두 아이의 엄마인 나조차도 흉내내지 못할 헌신이 보여 초반에 보여지는 이 모성애에 존경심마저 일어났다. 하지만 열살 생일이 지나고 사라진 엄마는 돌아오지 않는다. 수 많은 수요일이 지나고 몇번의 겨울이 지났는지도 모른채, 그렇게 자신의 나이도 잊을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토와는 버려진걸까? 남겨진걸까?

아름다운 정원을 지녔던 집은 쓰레기집이 되어가고 세상을 거부한다기보다 공포에 질린 토와는 걸어잠근 문보다 더 굳세게 마음을 닫는다.

가끔은 큰 기대없이 읽어내려가는 책에서 기대이상의 뭉클한 감동을 받을 때가 있다. <토와의 정원>은 책의 홍수에서 보물을 찾은 것처럼 반가운 소설이었다.

토와가 스스로에게 혹은 타인에게 듣거나 건넨 말 중에 중간중간 내게 던지는 말같은 문장들이 있었다. 그럴때마다 가슴이 철렁 저 밑바닥까지 던져졌다.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잊은 척 했을 뿐인 기억과 상처가 아물지 않은 채 책 속의 문장들에 위로를 받고 있었다.

230. 잘 버텼어, 라는 말은 아무도 해주지 않는다.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러나 분명 나는 잘 버텨온 것이리라.

살기위해 그저 버티기만 해왔던 토와는 세상을 향해 걸음을 내딛는다. 발바닥 아치는 걸을 힘을 주었을 뿐 아니라 토와가 세상에 나아갈 수 있는 용기와 힘도 함께 주었다. 사람은 보호안에서만 자라는 것이 아니다. 아픔에서도 배우고 성장한다.

엄마만을 바라보고 의지하도록 길들여졌던 토와는 홀로 남겨져 사랑에 목마름을 느꼈지만 이웃에 사는 마리는 넘치다 못해 과했던 엄마의 사랑에 질식할 것만 같았다. 원치않는 사랑, 받는 사람의 마음은 무시된채 주는 사람의 뜻대로 휘두르는 사랑은 또다른 학대나 폭력이 될 수 있다. 누군가의 보호없이는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던 토와는 길잃은 새끼 고양이를 키우며 변화했고 안내견 조이에게서는 서로에게 의지함을 배웠다. 그리고 마리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자신을 두고 떠나간 엄마를 용서한다기보다는 이해했다. 길을 잘못 들어선 사랑이었을 뿐 엄마의 사랑도 순수했었음을, 엄마가 자신을 사랑했었음을 이해했다.

살아남아 인생의 새로운 문을 열게 된 토와는 해보고 싶은게 많아졌다. 아마도 그런게 희망이고 삶의 의지가 아닐까? 정말 "살아 있다는 건, 굉장한 일이다."

*출판사 달로와의 지원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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