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의 날의 거장 열린책들 세계문학 271
레오 페루츠 지음, 신동화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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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날의 거장

레오 페루츠 (지음) | 신동화 (옮김) | 열린책들 (펴냄)

우리 각자는 나름의 최후의 심판을 안에 지니고 있습니다.

본문 234페이지

추리 소설의 분위기를 풍기며 궁정 배우 오이겐 비쇼프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권총 자살을 한 오이겐 비쇼프의 죽음에 그의 아내 디나와 처남인 펠릭스는 오슈 남작에게 그 죽음의 책임을 돌린다.

디나가 결혼 전 오슈 남작과 연인이었다는 것을 이유로 오슈 남작이 질투를 참지 못해 비쇼프를 자살로 몰고갔다는 것이 그 이유다. 펠릭스의 동료인 엔지니어 졸 그루프는 오슈 남작의 결백을 주장하며 범인으로 이탈리어를 쓰는 괴물을 지목한다.

<심판의 날의 거장> 안에는 해군 장교인 형과 아카데미 학생인 동생의 불가사의한 자살 사건과 사건을 쫒던 중 발견한 책에 기록된 메세르 살림베니와 조반시모네의 이야기가 액자 구성으로 실려있다.

졸그루프는 이 해군장교 형제의 미스터리한 죽음이 비쇼프의 죽음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 추적해 나가고 요슈 남작도 단서를 모아 비쇼프 죽음의 의문을 풀어보려 한다.

<심판의 날의 거장>은 '맺음말을 대신하는 머리말'이라는 의미심장한 시작을 하며 요슈 남작의 시점에서 얘기를 이끌어 나간다. 기이하고도 비극적인 사건을 얘기하며 요슈 남작은 거듭 강조한다.

7. 내가 기록한 것은 완전한 진실이다. 아무것도 건너뛰지 않았고, 아무것도 억누르지 않았다. 나는 무언가를 숨길 이유가 없다.

이토록 진실임을 강조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너무 억울하거나 거짓말이거나!

소설 말미 편자 후기에서 반전이 일어난다. 요슈 남작의 기록을 거짓말로 몰아가는 편자의 얘기를 나는 오히려 반대로 '편자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면?' 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심판의 날의 거장만 믿으면 된다"고 알 수 없는 말을 했던 약제사 폴디의 죽음과 알바하리의 집에서 발견한 책에서 알게 된 사실들을 모두 요슈 남작의 거짓말 혹은 환각으로 보는 게 맞는걸까? 재판소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해서

비쇼프의 죽음이 진짜 그의 책임이었을까? 아니면 "정황 증거로 장난치기"라는 형법 학자들의 지적처럼 자신에게 죄가 없었을 수도 있다는 증거를 스스로에게 제시하려던 것일까? 진실은 본인들만 알 수 있다. 애석하게도.

길지 않은 분량이고 어려운 단어 없이 잘 읽혔지만 그 내용만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4페이지 분량의 편자 후기가 <심판의 날의 거장> 결론이라는데, 살짝 몽환적이기까지 한 이 소설을 백프로 이해하긴 쉽지 않았다.

239. 이미 일어난 일, 더는 바꿀 수 없는 일에 대한 거부! 그런데 이것은 예로부터 모든 예술의 원천이 아니던가!

레오 페루츠가 하고 싶은 말은 어쩌면 처음부터 이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 열린책들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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