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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중세 파블리오 선집 ㅣ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장 보델 외 지음, 김찬자 외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21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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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중세 파블리오 선집
장 보델 (지음) | 희극연구회 (편역) | 지만지 (펴냄)
웃음을 주는 짧은 이야기라는 뜻을 가진 "파블리오". 파블리오들을 모아놓은 이 <프랑스 중세 파블리오 선집>은 그간 읽어왔던 교훈이나 지식을 주는 다른 선집들과는 차이를 보이는 책이다.
장 보델의 파블리오가 다수 수록되어 있고 작자 미상이거나 다른 이들의 파블리오를 함께 읽어볼 수 있다.
유머와 해학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나 성직자가 봉변을 당하거나 골탕 먹는 것이 이야기의 주된 소재이다. 유부녀에게 흑심을 품거나 물욕에 눈 멀어 사리사욕을 채우기 바쁜 모습으로 그려지는 사제의 모습은 우리가 보편적으로 떠올리는 성직자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왜 성직자의 모습을 이렇게 그려내고 있을까? 역사를 통해 보아온 중세의 종교계는 면죄부 판매나 왕권과 대립하며 권력욕을 보이던 모습이다. 이런 모습들이 파블리오가 유행하던 당대에는 현실이었을 것이다.
143. 파블리오 작가들은 즐겨 성직자들을 봉변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들 눈에 성직자들은 엄청난 땅의 소유자들이자 재물이 마르지 않는 노다지를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남편이 집을 비우기만 하면 외간 남자와의 하룻밤 사랑을 서슴없이 하는가 하면 "여자란 태초부터 사악하기 때문에 현명한 남자들을 속이는 데 탁월하다"는 표현도 등장한다.
그런가 하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우리의 속담이 생각나는 이야기들도 있다.
열 두살이 채 되지 않은 딸 마리에게 돈을 대가로 하룻밤을 요구하는 신부에게 엄마인 마오 부인이 망신을 주는 이야기나 아내의 부정을 의심하는 남편을 오히려 아내가 꾀바른 반격으로 애인과 바람도 피고 남편의 의심도 지우는 이야기도 있다. 뼈가 부러지는 몰매를 맞고서도 아내의 속임수에 넘어간 남편을 보면 보통의 우화들에서 주는 권선징악의 교훈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당대의 현실을 꼬집는 풍자와 해학은 가득하다.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법의 보호를 받기 힘들었던 백성들이 파블리오라는 형식의 짧은 이야기를 통해 그들만의 해소법을 찾은 것은 아니었을까?
중간중간 보여지는 삽화의 재미도 쏠쏠하다. 중세의 그림이라면 유명한 화가들의 명화들 밖에 본적이 없는데 파블리오들과 어울리는 중세의 그림들이 익살스러우면서도 친근한 느낌을 준다.
중세의 풍자와 해학을 엿보며 삽화의 재미도 느낄 수 있는 <프랑스 중세 파블리오 선집>. "파블리오"라는 색다른 장르를 접해볼 수 있어 흥미로운 책읽기였다.
*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 지만지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