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밤에 대하여 - 우리가 외면한 또하나의 문화사
로저 에커치 지음, 조한욱 옮김 / 교유서가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잃어버린 밤에 대하여

로저 에커치 (지음) | 조한욱 (옮김) | 고유서가 (펴냄)

십여년 전 '밤의 문화사'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적이 있는 이 책은 새 옷을 입고 <잃어버린 밤에 대하여>란 제목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밤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반복되는 듯 보이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조금씩 밤의 이중성도 변하고 계급과 신분에 따라 밤을 이용하거나 맞이하는 방법도 달라져왔음을 알려준다.

20세기에 이르러 눈부신 과학의 발전은 인공 조명의 등장으로 밤은 제 2의 낮이 되어 노동의 연장과 유흥의 화려함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여전히 음지에서 살아가는 도둑, 밀수, 밀렵 등의 세력들은 밤이 주요 무대이다.

어둠을 인위적으로 밝힐 수 없던 시대의 밤은 위험과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다. '본다'는 감각을 불빛없이 오로지 시각에만 의지해야했던 시대의 밤은 공포와 위험 그 자체였다. 소리와 후각 등의 오감을 이용한 판단은 늦은 밤 방문객을 도둑으로 오인해서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고, 이런 공포심을 이용해 타인의 복종을 유도하기도 했다.

"밤의 두 얼굴".

세상만사가 양면성을 가지고 있듯 밤 또한 이중성을 가진다. 현대인들이 밤을 휴식의 시간, 힐링의 시간, 개인의 시간이라 여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근대 초기 사회에서도 그런 생각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지역 사회처럼 사회가 작을수록 이웃의 평판을 무시할 수가 없기에 낮의 생활은 생각만큼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밤은 위험과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인간의 본성과 욕망을 표출할 수도 있었다. 귀족들은 밤이 주는 익명성 위에 가면이라는 익명성을 더해 그들만의 유흥과 향락을 즐기기도 했다.

어둠이 주는 휴식은 생계의 압박을 받는 사람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더럽고 위험한 일은 밤에 이루어져야 했고 그런 일은 돈이 필요한 서민들의 차지였다.

가사일로 인해 남자들보다 여자들의 일이 더 많았고, 산업화 이전 시대의 술집은 남자들의 사교 행위의 중요한 거점이었다.

술집에서 성적 만남도 이루어졌지만 성행위는 엄격하게 통제되었다. 성적인 태도의 지역적 차이는 도시와 농촌 간의 차이로 존재했고, 계급도 문제가 되었다.

17세기 중반에 이르러 중간층과 상류층 사람들은 개인적 성찰을 위한 독서를 즐겼다. 하층 계급은 혼자 있을 시간과 공간을 얻기 힘들었다.

평민들에게 밤은 유흥보다는 은신처였다. 낮에 몸을 숨겨야 하는 반체제 소수파는 어둠속에서 결의를 다졌고 질병이나 기형을 가진 사람들은 밤을 이용해 피신하거나 식량을 구하러 다녔다.

하인들이나 견습공이 낮의 노동에서 벗어나 밤 외출을 하려하면 주인들은 막으려 애썼다. 도주하려는 하인과 노예, 견습공들이 주로 밤시간를 노렸기 때문이었을까?

그때나 지금이나 있는 자들에겐 유흥의 시간이고 없는 자에겐 노동의 시간..

수면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 양보다 질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만큼 자는가보다 어떻게 자는가하는 문제.

위생과 청결이 현재와 달랐던 과거의 수면은 '쉼'에 대한 자세가 지금과는 달랐다. 건강과도 직결되는 '잠의 질'에 있어서 '적정한 수면 시간은 얼마로 보아야 하는가 '하는 점도 의문이다. 적정한 수면시간은 개인차가 있을 것이다. 계절과 노동의 양과 강도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많이 자면 게으르고 조금 자면 근면하다는 선입견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이제 현대인들은 직장에 매인 낮시간을 밤의 여유,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기 위해 낮의 노동을 감내하는 것이 아닐까? 잃어버린 밤의 역사를 이제라도 되찾으려는 듯이.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 고유서가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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