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팅게일과 장미
오스카 와일드 지음 / 내로라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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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팅게일과 장미

윌리엄 위마크 제이콥스 (지음) | 차영지 (옮김) | 내로라 (펴냄)

월간 내로라의 두번째 단편 <나이팅게일과 장미>이다.

첫번째 단편 '원숭이의 손'이 던진 심오한 질문의 파문이 있었기에 연이어 만난 3월호 <나이팅게일과 장미>는 또 어떤 질문을 줄지 기대가 되었다.


여자와 남자, 나이팅게일이 보여주는 자기식대로의 사랑. 그리고 주변의 시선들.

33. 진정한 사랑이 찾아온거야! 내가 찬미하는 사랑이 그에겐 곤란이고, 내가 환희하는 사랑이 그에겐 고통이네. 사랑이란 진정으로 위대한 것. 에메랄드보다 귀하고 최고급 오팔보다도 값진 것. 진주나 석류와는 바꿀 수도 없고, 시장에서 팔지도 않는 것. 상인에게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고, 금의 무게를 다는 저울로도 그 값을 측정할 수가 없네.

언뜻 보기에는 사랑에 대한 찬미와 예찬이 가득한 사랑지상주의가 보여지는 대사다.

첫눈에 반한다는 말이 있다지만, 그저 한 번 혼자서만 바라보았을 뿐인데 무엇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일까?

사랑의 가치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도 없고 살 수도 없으며 측정할 수도 없다지만 그 기준 역시도 주관적이지 않을까?

빨간 장미를 구하려는 나이팅게일에게 제 자신을 자랑하느라 바쁜 흰 장미와 노란 장미는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하다. 봉오리조차도 맺지 못한 빨간 장미 나무는 다른 이의 절실함을 이용해 제 이익을 챙기려는 이기적인 모습이다. "45. 사랑은, 생명보다 귀하지. 작은 새의 심장 따위는, 사람의 마음에 비할 바가 아닐 거야."

나이팅게일을 좋아해 둥지를 허락했던 참나무마저도 이 작은 새의 목숨을 던지는 희생적인 사랑을 만류하지 않는다! 어쩌면 말리는 이가 단 하나도 없다니!

나이팅게일의 노래를 들은 남자는 노래의 아름다움만을 인정할 뿐이다.

55. 저 새의 노래가 무척이나 아름답다는 것은 인정해야만 하겠구나. 참으로 안타깝다. 이토록 아름다운데. 아무런 의미도 없고, 아무런 쓸모도 없다니!

아무런 쓸모가 없다니!

자신의 감정만이 중요할 뿐 타인의 감정과 기치관마저 자신의 잣대로 재고, 평가할 권리는 어디에 있는가!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고 타인의 감정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나의 감정은 인정 받고 공감 받기를 바라는 것인가.

피로 피운 장미.

타인의 희생을 취하여 피운 꽃에 향기가 있을까?

왕자에게 갈 다리를 얻기 위해 목소리를 내어준 인어공주처럼 남자에게 줄 빨간 장미 한 송이를 위해 목숨을 내어주고, 결국은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 인어공주처럼 생명으로 피워 낸 빨간 장미는 버려졌을 뿐이다. 무엇을 위한 희생이었고 무엇을 위한 사랑이었나?

단지 꽃보다 보석에 마음을 빼앗긴 교수의 딸만을 비난할 것인가? 자신의 마음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에 분노하여 그토록 절실하게 구하려 했던 붉은 장미를 내던져 짓밟히게 만든 학생의 그 사랑은 참사랑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목숨을 다했던 나이팅게일의 맹목적인 사랑은 숭고하고 옳았다고 할 수 있을까? 무엇을 위한 사랑이었던 걸까, 무엇을 사랑했던 걸까?

사랑의 감정을 사랑했던걸까, 상대를 사랑했던걸까?

사랑의 아름다움에 빗대어 그 이면을 비판하고 위선과 허영을 풍자하며 인간 본성 자체를 비난하고 있는 <나이팅게일과 장미>.

사랑의 정의에 대해 짚어보게 한다. 희생하는 사랑은 과연 아름다울까?

'나만을 위해서'도 '너만을 위해서'도가 아닌 '나와 너'가 함께 행복해야 진짜 사랑이 아닐까?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 내로라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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