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에 처음 도착했을 당시의 차이콥스키의 형편은 말이 아니었다. 그런 그에게 니콜라이 루빈시테인은 모스크바음악원의 일자리와 황실 음악협회가 주관하는 음악회의 지휘를 맡겨 의식주의 해결과 실력이 일취월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차이콥스키의 인정을 받고 싶고 닮고 싶었던 동생 모데스키는 음악적 재능 대신 문학적 재능으로 형의 오페라에 줄거리를 수정하며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려 했다.
차이콥스키는 자신을 흠모하던 안토니나 밀류코바의 구애를 받아들여 결혼했지만 불행했던 결혼 생활은 석달도 되지 못했다. 차이콥스키가 이 결혼으로 깨달은 것이 있다면 동성애를 바꿀 수 있다고 여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었다.
폰 메크 부인의 후원은 차이콥스키가 창작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푸시킨의 운문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은 차이콥스키의 동명 오페라로 새 옷을 입는다.
이 책의 작가 정준호 님은 차이콥스키의 <예브게니 오네긴>이야말로 '그의 전 작품 가운데 핵심이며, 러시아 음악의 결정적 한 방'이라고 말한다. 뻔한 멜로드라마 소재도 차이콥스키가 만지면 다르다고!
문학과 음악. 차이콥스키의 <예브게니 오네긴>은 오네긴보다 티티아나의 무대 장악력이 크다는 차이점이 있지만 러시아가 사랑하는 두 예술가의 작품이 40년의 세월을 넘어 만나게 된 것이다.
<오를레앙의 처녀>,<마제파>,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을 작곡하며 차이콥스키의 작업 속도는 만년으로 갈수록 빨라졌다. 그리고 만년의 차이콥스키는 다시 한 번 푸시킨으로 돌아갔다. 그의 열번째 오페라인 <스페이드의 여왕>이다.
마린스키극장 감독 프세볼로시스키의 의뢰를 받은 지 약 1년 만인 1892년에 차이콥스키는 <호두까기 인형>을 완성했다. 발레 마스터인 프티파는 차이콥스키의 만년 걸작을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프티파가 아니었다면 차이콥스키의 발레 작곡가로서의 위상이 지금과 같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두까기 인형'의 초연이 망했다는 사실은 믿기 힘들다.
90분 가량의 <이올란타>는 길이가 길지 않고 복잡한 장면 전환이나 화려한 무대가 필요하지 않아서 작은 극장에서도 인기 있는 레퍼토리다. 규모가 큰 극장에서는 더블빌로 공연하기도 했다.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초연에 실패했던 <이올란타>가 언젠가는 빛을 보리라 차이콥스키는 확신했다.
폰 메크 부인의 후원이 끊기고 여동생 알렉산드라가 죽었다. 그녀의 아들인 조카 다비도프를 자식처럼 때로는 애인처럼 아꼈지만 자신처럼 동성의 연인이 있던 다비도프를 질투했다. 이런 고민을 차이콥스키의 인정과 애정을 바랬던 작은 삼촌인 모데스트에게 다비도프가 털어놓았다. 묘한 애정고리다. 우리가 알고있는 차이콥스키의 이야기는 대부분 모데스트가 정리한 형의 일기와 편지, 전기에 바탕을 둔다.
좋아해서 일부러 챙겨들었던 몇 곡을 제외하고는 동명의 문학 작품만을 알 뿐이었다. 러시아가 사랑한 음악가 차이콥스키가 남긴 음악은 내가 알고있는 것보다 많았다. 이번에 '클래식클라우드' <차이콥스키>를 읽으며 느낀점이 있다면 원작에 대한 독서와 이해가 선행되면 오페라를 좀 더 깊이있게 들을 수 있겠다는 것이다. 원작과 다른 해석에 바뀐 줄거리를 비교하며 보고 듣는다면 재미가 더해질것 같다.
차이콥스키는 새로운 곡을 쓰고 나서 늘 "지금까지 쓴 것 중 가장 좋다."를 입에 달고 살았다는데 그 곡들을 이제라도 찾아서 들어봐야겠다.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 아르테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