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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산 1~4 세트 - 전4권 - 특별합본호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0년 12월
평점 :
장길산 3
황석영 (지음) | 창비 (펴냄)
생과 사를 가르는 가난은 천륜마저 저버리게 만들었다. 딸은 색주가에 팔아 남은 식구 연명하고 군역을 져야하는 아들이 태어나면 남모르게 제 손으로 죽이는 부모의 마음이 오죽이야 할까마는 흉년이 돌아올 적마다 가장 먼저 버려지는 건 노인과 아이들이었다. 기근 뒤에 살아남아 일을 할 수 있는 자들이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길산이 녹림당의 두목이 된 것은 힘이 세어서도 아니고, 그의 신분이 천해서도 아닌 어쩌면 다른 이들의 아픔을 그 누구보다도 함께 아파할 줄 아는 그 심성 때문이 아니었을까.
과부의 수절도 양반에게나 허락되는 것일까? 가진 것 없는 중인 신분의 여염집 아낙에게는 그럴 권리마저도 없다. 세 끼의 양식만 주어지면 양심도 버려야 하는 것이 천한 신분의 도리인가.
동상이몽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상전은 은혜를 베풀었다고 생각하고 노비는 짐승에게나 보이는 동정을 받았다고 여긴다. 겁탈한 여종을 팔며 애를 가져 후하게 값을 받았다고 좋아하니, 세끼 밥 먹여준 것이 무슨 은혜랄까.
정당방위도 죄가 되는 천예들은 살주계를 조직하여 세상에 마지막 소리를 질러본다. 누군가는 입을 다물어 죽고 누군가는 입을 열어 산다. 그저 사람답고 싶었던 이들, 넘지 말아야 선을 넘어버린 대가는 너무 크다.
공을 세우기 위해 무고한 사람에게 죄를 만들어 씌우는 일이 무고를 밝히는 것보다 쉬우니 어찌 버림받은 백성이라 여기지 않을 수가 있을까!
아전의 자식으로 태어나 능력만큼 출세를 하지 못하는 최형기는 신분의 상승을 위해 더 철두철미 했던건 아니었을까? 그의 두뇌회전은 늘 남달랐고 빨랐다. 모신의 계략이 아니었다면 얼마나 더 많은 목숨이 꺼져갔을지 알 수 없다. 자신의 이익을 위한 모함이었지만 모신의 계획으로 최형기는 끈 떨어진 연 신세가 되어 시정배로 살아가게 되지만 그의 능력을 이용하고 싶었던 신엽에 의해 장길산을 잡으러 해서로 만호가 되어 내려간다.
소문없이 준비하기 위한 철두철미함은 호환의 범사냥이라는 위장을 하지만 호랑이 사냥이 일종의 군사훈련과도 같음을 안 박대근은 토벌이 진짜 목적임을 간파한다. 그러나 장두령을 비호하는 자들은 구월산을 잊었고 길산이 자비령으로 옮긴 것을 알지 못하는 토포군으로 인해 구월산은 쑥대밭이 된다.
녹림당과 관련이 조금이라도 있는 자와 마을은 무사하지 못했다. 관군들은 마을을 불태우고 여자들을 겁간했으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정없이 죽였다.
화적떼가 출몰하던 때와 무엇이 다를소냐. 죽을 위기에서도 나라가 버린 백성이라는 피맺힌 원한을 뱉는 탑고개 사람들을 보며 최형기는 일순 마음이 허전하고 답답했다. 자신이 선택한 사람들의 나라, 그들은 하늘이 용납한 자인가?
만석과 감동은 부끄럽지 않은 죽음을 맞았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업복은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까? 아버지 장충과 의형제들의 죽음을 알게 되면 길산은 또 얼마나 피눈물을 쏟으려나.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 창비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