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생리학 인간 생리학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류재화 옮김 / 페이퍼로드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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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생리학

오노레드 발자크 (지음) | 류재화 (옮김) | 페이퍼로드 (펴냄)

기자를 설명하는 글에 왜 생리학이라는 제목을 붙였을까? 유머와 조롱이 교묘히 섞인 이 글에는 기자를 비롯한 논객과 비평가들을 동물이나 식물의 분류법처럼 직종을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풍자하고 있었다.

언론이 가진 힘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발자크가 이 글을 썼을 당시의 언론은 신문이 거의 유일무이 했을 것이고 그래서 신문과 신문에 글을 싣는 지식인의 힘은 그들 자신의 허영과 특권의식에 불을 붙였을 것이다.

언론은 자기들 법에 따라 사법부도 복종시켰다. 아마 그 어떤 형법 발명품보다 언론의 기사가 더 잔혹한 형벌일 것이다.

기자 생리학 262쪽

발자크가 바라보는 기자와 신문사는 조롱이 가득하다. 상상만큼 언론이 자유롭지 못한 이유도 있긴 하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언론은 약한 자들과 소외된 자들에 대해서만 자유롭다. 신문과 결착하여 그 신문을 보호하는 자들, 바로 '정치인'이다. 신문들은 정치인의 동정을 눈치보며 아첨하듯 보도한다. 어떤 높은 지위에 올랐더라도 다른 이에게 그 자리를 내주고 물러나야 할 때가 온다. 버림받은 후 다시 불러줄 날을 기다리며 "사람이 너무 좋아 탈이지"라는 자기 위안을 하기도 한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모습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정치인에 대한 평가가 역사 이래로 호의적이고 좋았던 적이 있나 싶다.

"101. 종이 위에 뭐가 한가득 쓰여 있어 무슨 좋은 생각들로 넘쳐나는가 보다 하지만, 코를 박고 살펴보면 텅 빈 지하 창고 냄새가 난다."

아는 척 하고 싶은 요란스런 빈수레가 아닌가!

누군가는 인신 공격으로 상처를 주기 보다는 우아하게 우스갯소리를 하지만 심술궂다는 것은 확실하게 보여준다. 자신의 글이나 자신에게 자긍심이 있어 보이지만 타인에게 호감을 주진 못하는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또 다른 비평가는 있는 것은 부정하고 없는 것은 칭찬하며 어느 분야에서나 일하고 모든 것에 대해 쓴다. 예술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면서 예술에 대해 말한다. 아첨꾼은 칭찬하기 위해 글을 쓴다.

글로 세상을 대하는 시야가 그렇게 만드는 걸까?

대비평가의 글은 지루하다. 상상력도 없고 곧이곧대로 쓴다. 면밀히 읽으며 아무 책 아무 것이나 다 다루지 않는다.문예 비평가들은 극장의 특별석에서 공연을 관람하고 극장업계 사람들은 이들을 애지중지 해준다. 극장은 신문사에게 줄 것을 준다. 다 돈의 논리이다. 비평을 통한 홍보 마케팅이라고나 할까?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각종 시사회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정직하지 못한 벼락치기 감상에 "구독자의 수준이 그렇게 높지 않다"고 했지만 어느 뛰어난 지성인은 이렇게 말했다. "199. 저열하고 우둔한 것은 바로 신문이다."

대작가를 공격하여 유명해지고 싶은 군소 신문 비평가들은 작품을 분석하는 게 아니라 잘게 해체한다. 검토하는게 아니라 죽여 놓아 사형 집행과도 같다.

"206. 그에게 입 벌린 돈주머니를 가지고 와주면 자객은 칼을, 그러니까 펜을 칼집에 다시 집어넣는다." 맘에 들지 않으면 기사 한 줄로도 사회적 매장을 시켜버릴 수 있는 언론의 힘인 것이다. 실리와 취하는 입장에 따라 정의의 기준이 바뀌는 요즘의 일부 기사들이 떠올라 씁쓸하다.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 페이퍼로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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