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금 - 금을 삼키다
장다혜 지음 / 북레시피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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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금, 금을 삼키다

장다혜 (지음) | 북레시피 (펴냄)

기대 이상이었다. 적당한 멜로와 적당한 미스터리에 출생의 비밀이라는 흔한 소재를 버무린 그런 이야기일거라 생각했다. 미스터리 장르물을 자주 읽는 편은 아니지만 거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결말과 마지막에 다다르고 나서야 급작스럽게 마무리되는 해결이 억지로 독자를 설득하는 이야기들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탄금, 금을 삼키다>의 등장인물들은 조곤조곤 하나하나 제각기 자신의 사연을 들려주는데 오히려 내가 숨가쁘게 읽어내려가기 바빴다.

주인공들을 비롯하여 그들 주변의 사람들까지 섬세하게 그려낸 감정선들과 사연들은 마지막 책장을 덮고도 내게 주는 여운이 너무 길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자식의 생사조차 알지 못하는 부모의 참담한 심경과 동생의 실종을 제 탓인냥 죄책감에 시달리는 재이. 가난에 자식을 팔아야 하는 양자의 친부는 손에 쥔 돈보다도 자식이 배곯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자신의 부귀영화를 바랬던 자식의 매매였다면 아들의 몸 값으로 받은 이 천냥을 손도 대지 않고 빈곤에 굶주리다 죽지는 않았을 게다. 민상단의 실종된 아들 대신 자리 말뚝으로 몸을 숙이며 견뎌낸 무진의 십년 세월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누이 재이에 대한 사랑도 눌러야만 했다. 있어도 없는 듯이 살아야 했고 없는 듯이 살아도 쓰임은 다 해야 했던 슬픈 목숨들이었다.

십 년 만에 어릴적 기억을 모두 읽고 살수검계가 되어 돌아온 홍랑을 재이는 믿지 않았다. 끝없이 밀어내는 마음 끝에는 또다시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살지도 죽지도 못 한 채 생과 사의 경계에서 근근이 이어진 삶이었다. 질기고 질긴 제 목숨 줄을 확인할 때마다 분노와 살의는 무섭게 짙어져갔다. 그런 생에 덜컥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재이였다.

탄금, 금을 삼키다 300쪽

복수심을 숨긴 홍랑과 인신매매가 업인 김굉표, 흰 피부의 남아를 선호했던 한평 대군의 은밀한 취미, 그 '소품'의 공급을 맡았던 심열국.

모지리에게 홍랑이란 새 이름을 주고 새 삶을 준 은인 송월. 그녀에게도 남모르는 이름과 사연이 있었다.

칠점사 홍랑에게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호위무사 인회 역시도 깊은 사연이 있었다. 스피디한 전개에 거듭되는 반전! 장난없는 스토리 라인 대~박!

잠시나마 잃어버린 아들의 귀환이라고 여겼던 홍랑의 존재를 희귀소품으로 대하며 값을 올리려는 심열국의 장사속이 혐오스럽기까지 하다. 아내 민씨 부인이 보여 왔던 몰인정과 몰염치한 행동들에 저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드디어 드러나는 사건의 전모!

아무도 모르게 큰 그림을 그리던 이는 따로 있었구나!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혹시나 홍랑이 진짜 홍랑이 아닐까 했었지만 그러면 너무 뻔해서 실망했을지 모르겠다. 내내 따라다니던 궁금증. '진짜 홍랑은 어디로 사라졌기에 이토록 종적이 묘연한가?'

스치듯 지나치는 인물에게도 주어진 사연이 결말에 이르러 하나로 모여진다. 재미와 감동을 확실하게 잡은 <탄금, 금을 삼키다>. 죽을 때까지 금을 삼켜야 하는 형벌이라는 탄금. 홍랑의 복수심에 베어져 죽은 자들은

자신의 탐욕이 빛나는 황금인 줄 알고 하나하나 이루어질 때마다, 삼킨 것은 금이 아닌 누군가의 피눈물이었음을 죽을때까지 알지 못했을 것이다.

정녕! 이 소설이 이 작가님의 첫 소설이라는게 믿기지가 않는다. 한 줄 한 줄 섬세하고도 아름다운 문장의 표현들을 현대소설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니! 고전문학에서나 받았던 필력의 아름다움을 만나볼 수 있어 좋았고 감사했다. 거기에 더해서 전혀 뻔하지 않았던 결말까지! 진심으로 작가님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 북레시피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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